[씨네21 리뷰]
'사랑이 눈뜰 때' 꿈과 사랑, 가족과 건강을 잃은 중년 남녀가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
2020-08-25
글 : 남선우

수잔(데미 무어)은 남편 마크(딜런 맥더모트)가 가족 계좌를 사용해 부당한 사업적 이익을 취하는 바람에 범죄에 연루된다. 그는 얼떨결에 마크를 교도소에 보내고, 사회봉사 100시간을 선고받는다. 이를 채우기 위해 시각장애인센터를 찾은 수잔에게 배정된 파트너는 소설가이자 교수인빌(알렉 볼드윈).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좋아하는 책과 학생들의과제를 소리 내어 읽어줄 봉사자를 필요로 한다. 첫 만남에서부터 티격태격하며 오해를 쌓던 빌과 수잔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지고, 각자의 상처를 터놓는 사이가 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현실을 감내하면서 포기해버린 세계로 다시 발을 들일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한다.

데미 무어와 알렉 볼드윈이 브라이언 깁슨 감독의 <주어러> 이후 20여 년 만에 재회한 영화 <사랑이 눈뜰 때>는 예상 가능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꿈과 사랑, 가족과 건강을 잃은 중년 남녀가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가 뼈대인데, 영화가 이들의 감정이 왜 깊어지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탓에 마디마디는 다소 헐겁다. 인물에게 상황만 주입할 뿐 성정을 부여하지 않아 캐릭터보다 배우가 먼저 보이는데, 달리 말해 배우 보는 재미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빌을 연기한 알렉 볼드윈과 빌의 팬이자 제자인 개빈을 연기한 스티븐 프레스코드의 합이 가장 돋보인다. 나이, 인종, 경력을 초월해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빌과 개빈의 관계가 영화 속 어떤 커플의 그것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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