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돌멩이' 촬영현장을 가다
2020-08-27
글 : 임수연
사진 : 오계옥
그날의 분위기, 포근하고 따뜻했던

오랜만에 두꺼운 외투를 옷장에서 꺼냈다. 쌀쌀한 공기에 살갗이 시리던 어느 가을날,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저수지에서 진행된 <돌멩이> 촬영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배우와 스탭들 사이에 감도는 긍정적인 기운에, 식사 시간에 함께 나누던 따뜻한 국물에 금세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총 28회차 중 6회차를 맞은 이날 촬영에서는 마을의 농번기 축제 풍경을 담았다. 송대찬 제작자는 “<돌멩이>에서 가장 많은 엑스트라가 동원되는 대규모 촬영”이라고 현장을 설명했다. 9월9일 개봉예정인 <돌멩이>는 8살 어린이의 지능을 가진 30대 청년 석구(김대명)와 가출 소녀 은지(전채은)의 우정, 그리고 둘 사이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갈등을 그린다. 은지를 보호하는 쉼터의 김 선생 역은 송윤아가, 석구를 보살피던 성당의 노신부 역은 김의성이 맡았다.

<돌멩이>는 결코 풀어내기 쉽지 않은 사건이 있고, 세간의 편견과 오해가 있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는 작품이다. 모든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지적장애인 석구는 작품 자체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김대명은 “밋밋할 수 있지만 수줍어서 표현을 많이 하지 못하는 8살 아이 같은 캐릭터의 톤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었다. 그게 <돌멩이>와도 어울린다”며 자신이 본 석구 캐릭터를 설명했다.

“누가 제일 잘해줘?”(김의성) “(미소만 지으며) ….” (전채은) 바로 대답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마 현장의 모든 스탭이 연기 경험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한 전채은에게 애정을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전채은은 2017년 8월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사람엔터테인먼트, <씨네21>이 함께한 다양성영화 신인배우 발굴 프로젝트 오디션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합격했다. 평소 <씨네21> 애독자인 김대명이 지면에서 이 소식을 접한 후 직접 은지 역에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송윤아는 자신이 연기하는 김 선생 캐릭터에 대해 “은지를 위해 모든것을 걸고 어떻게 보면 맹목적일 수 있는 모습까지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을 사람들의 정신이 농번기 축제에 쏠려 있는 사이, 소매치기 사건이 벌어진다. 복지사들은 가출 소녀 은지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은지가 반항하는 사이, 석구는 진짜 범인을 찾아내 몸싸움을 한다. 이 사건은 석구와 은지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김대명은 “채은이는 하루가 다르게 많은 것이 바뀐다. 무언가에 확 물들어가는 것처럼 에너지를 내뿜는 과정이 살면서 보기 힘든 느낌이라 굉장히 신기하다”며 두 배우의 앙상블에 대한 설렘을 전했다.

“<돌멩이> 현장의 사람들은 조용하고 부드럽다. 아마 감독님의 영향이 클 거다.”(김의성) <돌멩이>는 5년 동안 <돌멩이>의 시나리오를 쓴 김정식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쓸 때 앞과 뒤를 대구로 놓았다. 얼마 전 초반 신과 뒷부분 신을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두고 찍었는데, 석구의 표정만으로 나는 물론 모든 스탭의 마음이 먹먹해졌다”며 배우들의 호연에 찬사를 보냈다.

농번기 축제가 시작됐다. 크레인 부감숏을 동원해 영화에 보다 광활하게 담게 될 저수지는 <돌멩이>의 서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정식 감독은 “엄마의 자궁 같은 느낌이기를 바랐다”며 제작부에서 100개 넘는 저수지를 돌아본 후 전라북도 완주군의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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