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뺑소니 사건이 일어난다. 그로 인해 7살 보미(이진주)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아빠 두원(이희준)은 분노한다. 현장엔 보미의 할머니 문희(나문희)가 유일한 목격자로 함께 있었는데, 문희는 몇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상태라 사건 해결과 관련한 단서를 기억하지 못한다. 두원은 사태의 책임을 문희에게 돌리는 한편 동네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강 형사(최원영)의 도움을 받으며 범인을 찾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문희가 아무 의미 없이 말하는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사건 당일의 진실을 말하는 것이었다는 걸 깨달은 두원은 문희와 함께 범인을 찾아나서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
<오! 문희>는 농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코믹 수사극이라는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그런 의미에서 완성도 있는 기획영화로 평가 받을 수 있겠지만, 세부적인 지점에서 이 장르에 대한 기본적인 예상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치매 노인에 대한 전형적인 묘사가 아쉽고, 무엇보다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를 수사극에 너무 작위적으로 이용한 것 같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영화의 제목인 ‘오문희’는 한 인물의 이름이라기보다는 발음 그대로 ‘어무니’ 자체를 대표한다는 것이 극중 강조되는데, 영화는 그래서인지 가족영화로서의 감정 묘사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그 과정에서 나문희, 이희준 배우의 모자 연기가 다소 전형적인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농촌의 특성이 가미된 액션 또한 나름의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정세교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