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
드라마 <비밀의 숲2>,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숲’ 방식으로
2020-09-08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침대에서 과자를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SNS를 뒤적거리던 경위 한여진(배두나)이 몸을 일으켜 TV 볼륨을 키운다. 그가 경찰 고위 간부의 비리 뉴스에 반응하는 것은 자신의 직무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 <비밀의 숲2>의 1회에서는 이쪽 귀로 들어와서 저쪽 귀로 빠져나가는 라디오 뉴스들, 망막에 들어와 정보로 취합되지 못하고 금세 까먹게 되는 뉴스 화면의 양이 너무 많았다. 생초보도 드라마를 이렇게 쓰진 않을 텐데. 왜일까?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이번 시즌의 이슈에 접점을 대지 못하다가 인물들의 좌표가 정리되는 2회부터 비로소 자세를 고쳐앉았다. 2년 전 서부지검 비리를 밝히는 특임팀 안에서 공조했던 검사 황시목(조승우)과 경위 한여진은 대검 형사법제단과 경찰청 수사구조혁신단 소속으로 각자 검찰과 경찰의 입장 양 끝에서 재회한다.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공덕동 서부 지검 포장마차는 사라졌고, 달라진 둘의 좌표에 한겹씩 덧씌워지는 장소가 함축하는 메시지는 이들이 이전 방식으로 소통하긴 어려울 것을 예고한다. 내가 아는 ‘비숲’의 방식이다. 수사지휘와 종결, 권한의 범위를 두고 갈등하는 검찰과 경찰의 오랜 입장 차를 두고 일반 시민인 내가 갖는 의견은 ‘검정소와 누렁소, 각자 일이나 잘했으면’ 하는 정도였을 뿐. 한데 시목과 여진을 비롯해 형사법제단 부장검사 우태하(최무성), 혁신단 단장 최빛(전혜진) 등의 인물에 살이 붙으면서 관련 뉴스들이 머릿속에서 훨씬 긴밀하게 꿰어지기 시작했다. 실망했던 1회로 돌아가 다시 보니, 흘렸던 뉴스들이 이렇게 쏙쏙 박힐 수가 없다. 부연 안개 같던 머리가 맑아지는 효과에 헛웃음이 나오는 한편, 방만했던 1회가 넘치는 뉴스 헤드라인의 숲이었나 싶기도 하다.

VIEWPOINT

TV 속의 TV

드라마 속 인물들도 TV를 본다. 시청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는 정보를 화면에 띄우는 가장 구태의연한 방식은 리모컨을 들고 전원을 누르면 기다렸다는 듯 바로 속보가 나오고 인물간 대화를 방해하지 않도록 알맞게 끄는 식이다. 좀더 자연스럽게, 일상처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는 드라마도 눈에 띈다. JTBC 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의 최향자(김미경)는 아침 식탁에서 스마트폰 영상에 시선을 고정한 손녀에게 “폰이면 폰 밥이면 밥 하나만 해.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은 왜 자꾸 켜놔”라고 타박하며 TV를 끄기 직전 짧게 정보를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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