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도망친 여자' 최소화의 서사와 담백한 구성이 도드라지는 작고 사랑스러운 영화
2020-09-15
글 : 송경원

남편과 5년 만에 처음 떨어져본다는 감희(김민희)는 남편이 출장 간 사이에 지인들을 만나러 다닌다. 영순(서영화)을 만나 고기를 구워 먹고, 수영(송선미)과 함께 식사를 한다. 두 차례 약속된 만남이 지난 후 감희는 영화관에서 우연히 우진(김새벽)을 마주한다. 세번의 만남과 오가는 대화 속에서, 수면 위에 비치는 알 수 있는 것들과 수면 아래 미지의 순간들이 교차한다. <도망친 여자>는 최소화의 서사와 담백한 구성이 도드라지는 작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여성들이 나누는 대화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겉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눈앞에 주어진 것들의 진실함이 한층 선명해진다. 수면 위와 수면 아래 파도처럼 넘실대는 장면의 리듬을 통해 끝내 영화에 대한 믿음과 신비를 회복시키는, 홍상수라는 세계.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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