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김지운 감독과 삼성전자의 8K 영화 도전기 - 갤럭시S20과 노트20으로 찍는 단편영화 '언택트' 온라인 제작발표회
2020-09-24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8K 영화 생태계의 신호탄

현실에 최대치로 근접하려는 영화의 노력은 기술의 진일보와 더불어 가늠할 수 없이 빠르게, 그리고 드넓게 실현되고 있다. 지난 8월, 삼성전자와 김지운 감독의 8K 영화 협업 소식이 공유된 제작발표회 현장 역시 기술의 선두주자와 뛰어난 창작자의 만남으로 든든한 기대감에 차 있었다. 아직 더위가 한창인 8월의 끝자락, 스튜디오도 세트장도 아닌 어느 모던한 가구점 쇼룸 안에 스탭들이 모여 분주히 촬영을 준비 중인 현장에 발을 들였다. 마스크로 무장한 프로들 너머로 곧이어 김지운 감독, 배우 김고은·김주헌, 진행자 박경림이 나타났다. 코로나19 시대에 시의적절하게 시선을 겨냥한 단편영화 <언택트> 제작발표회로 모인 이들은 100% 사전 녹화·온라인 중계로 공개될 제작발표회의 뉴노멀에 저마다 긴장감과 호기심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최초의 8K 영화인 <언택트>는 삼성 갤럭시S20과 노트20을 활용해 16:9 화면 비율의 8K 영상으로 촬영될 김지운 감독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8K 영화 생태계의 신호탄을 알리는 제작발표회는 김고은의 따뜻한 첫인사로 순조롭게 시작됐다. “<언택트>는 비대면 시대의 사랑과 소통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어려운 때이지만 이렇게라도 관객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

<언택트>의 주요 키워드인 8K란 3300만개 이상의 화소가 촘촘히 배열된 현존 최고 화질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눈에 보이는 현실 그대로에 가장 가깝게 담아내는 마법이다. 8K 촬영이 가능한 모바일 기기(갤럭시S20, 노트20)로 영화를 촬영하고, 이를 완벽히 구현하는 QLED 8K 화면으로 상영하는 초고해상도 생태계는 영화산업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필름과 디지털 현장을 두루 경험한 김지운 감독은 “미래를 당겨온 것 같다. 지금까지 산업 일반에서 4K를 최상급 화질이라 여겼는데, 이를 한 단계 더 뛰어넘은 셈이다. 가장 생생한 화질로 지금 현재를 기록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또 핸드폰이 대형 카메라를 대체하면서 “배우의 동선이나 조명 설치 등이 자유로워져 보다 젊고 발랄한 콘텐츠가 활발히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산업의 변화를 진단하기도 했다. 배우들 또한 “현장에서 핸드폰을 놓고 촬영하는 경험이 굉장히 신기했다”(김고은), “이번 작업을 준비하면서 QLED 8K 화면 속에 배우의 연기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매우 세밀하게 담긴다는 걸 알게 돼 일면 긴장도 된다”(김주헌)고 테스트 촬영에서 느낀 소감을 전했다. 촬영한 소스를 QLED 8K 화면으로 확인하는 경험 역시 김지운 감독에겐 남다른 경험이었을 터. 그는 “한마디로 눈부시다. ‘안방 극장’이라는 관용어가 비로소 실현되는 듯한 생생한 전율이 일었다”고 재치있는 답변을 더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TV를 매개로 김지운 감독의 의도가 최대치로 구현된 화면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은 창작자와 소비자가 느끼는 감흥의 접점을 한층 넓혀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19 시대에 인간교류에 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로맨스 장르인 <언택트>. 2시간 가까이 막힘 없이 이어진 제작발표회를 통해 김지운 감독은 “뉴노멀이 도래한 현재, 발달한 테크놀로지 디바이스들이 어떤 순기능을 하고 궁극적으로 어떤 감각을 우리에게 전해주는지 의미를 찾아가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포부를 남겼다. 감독과 배우들의 천만뷰 공약을 비롯한 훈훈한 세부는 9월17일 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김지운 감독의 <언택트> 본편은 현재 10월 중 온오프라인으로 관객을 만나기 위해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단편영화 감독 김지운입니다!” <인랑>(2018) 이후 2년 만에 신작소식을 알린 김지운 감독은 데뷔작 <조용한 가족>(1998)부터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필름과 디지털 작업을 두루 거친 한국영화 르네상스 세대의 대표주자다. 김지운 감독은 8K로 찍고, 8K로 보는 영화 작업의 의미에 대해 “배우, 스토리, 조명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된 영화 매체를 통해 초고화질 해상도가 주는 효과의 최대치를 비로소 실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본격 멜로드라마 장르는 사실상 처음”이라는 그는 “러브스토리만큼 격렬하고 서스펜스가 넘치는 장르가 또 있을까. (나는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김고은 배우에게 많이 물어보면서 찍어야 할 것 같다”고 호쾌하게 웃었다.

어느 때보다 선명한 생동감으로 담길 김고은·김주헌 배우의 면모가 궁금해지는 <언택트>는 김지운 감독이 일찍이 “두 배우가 실제로 가진 본연의 느낌과 매력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한” 작품이다. “데뷔 후 22살 때 감독님과 단편 작업을 할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 놓쳤다. 이제 드디어 그 기회를 얻었다”는 김고은의 회상에 김지운 감독 또한 “김고은 배우가 언제나 캐스팅 1순위였다. 매 작품 새롭게 이미지 변신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의 잠재력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화답했다. 김지운 감독은 “김주헌에게서 1970년대 액터스 스튜디오 출신의 할리우드 배우들, 이를테면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 같은 느낌이 난다”고 후한 찬사도 덧붙였다. 배우 김주헌·김고은, 김지운 감독, 진행자 박경림(왼쪽부터).

“<언택트> 파이팅!” 카메라 너머의 관객에게 눈맞춤하며 구호를 외치는 배우 김고은, 김지운 감독, 진행자 박경림. 이날 제작발표회는 화기애애한 토크를 마무리한 뒤 김고은·김주헌 배우가 TV 화면을 배경 삼아 영화 속 캐릭터의 특징을 시연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브이로그를 위해 셀프 촬영을 하는 등 생생한 공간감을 전달하는 QLED 8K 화면과 갤럭시 카메라 앞에서 두 배우가 마음껏 기량을 뽐냈다.

“밝고 자기표현에 솔직한 점에서 수진은 나와 닮은 친구다.” 뮤지컬영화 <영웅>(2020)으로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고은은 김지운 감독의 <언택트> 출연 제의에 적극 화답한 이유로 김지운 감독에 대한 오랜 존경은 물론 단편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까지 차분히 들려줬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것. 그리고 사랑에 관한 생각들이 극중 성현과 닮았다.” 올해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와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주연급 스타로 거듭난 김주헌의 묵직한 존재감은 <언택트>에서도 선명히 발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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