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1960년대 말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시카고7인'의 재판 과정을 다룬 법정드라마
2020-10-13
글 : 박정원 (영화평론가)

1968년 미국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동안 열린 반전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져나가고, 시위 가담자들이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다. 1969년, 민주사회학생회의 톰 헤이든(에디 레드메인)과 청년국 제당의 애비 호프만(사샤 바론 코언)을 포함한 7명의 피고인들, 그리고 함께 기소된 흑표당의 바비 실(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이 재판정에 선다. “전세계가 우릴 지켜보고 있다”는 시위 지지자들의 외침이 법정 밖에서 울려퍼지지만, 줄리어스 호프만 판사(프랭크 란젤라)는 피고인들을 향한 반감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리처드 슐츠 검사(조셉 고든 레빗)의 날카로운 공격과 윌리엄 컨슬러 변호사(마크 라일런스)의 굳센 방어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뜻밖의 인물들이 증인석에 들어서며 재판은 점차 복잡해져 간다.

2017년 <몰리스 게임>으로 감독 데뷔했으나 아직은 <소셜 네트워크> <뉴스룸> 등의 스타 각본가로 더 익숙한 에런 소킨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1960년대 말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시카고 7인’의 재판 과정을 다룬 법정 드라마로, 소킨은 감독 데뷔작에 이어 두 번째 연출작 또한 실화 바탕의 소재를 택했다. 오래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점찍어둔 소재였으나 돌고 돌아 소킨이 연출을 맡게 됐다. 혼돈과 갈등 속 60년대 말 미국의 정치, 사회, 문화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치열한 법정 공방전이 소킨의 트레이드마크인 핑퐁 대화와 어우러지며 긴장감을 높인다. 현란한 말재간 이상의 저력이 느껴지지 않는 점은 아쉬우나, 2020년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던진다는 점에선 시의적절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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