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인공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공격에 맞서 싸운 이라크 야지디족의 여성들이다. IS에 아버지와 남편이 살해되고, 어린 아들들을 빼앗긴 야지디족의 여성들은 전투 부대 ‘걸스 오브 더 썬’의 대원이 되어 총을 든다. 전쟁과 테러의 참혹한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자 목숨을 걸고 취재 중인 프랑스의 베테랑 종군기자 마틸드(에마뉘엘 베르코)가 이들의 투쟁에 함께한다. 마틸드의 시점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곧 부대의 사령관 바하르(골쉬프테 파라하니)의 사연에도 초점을 맞춘다. 바하르와 마틸드는 국적과 직업은 다르지만 남편과 자녀에 대한 애틋함,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에서 비롯된 공감대를 형성한다. “우린 포로였지만 전사로 태어났다.” 여자는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믿는 지하디스트들에 맞선 전사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태양의 소녀들>은 야지디족의 여성들이 부대원이 되어 IS의 폭력에 맞섰던 실화를 소재로 하는 영화다. 취재 중 한쪽 눈을 잃고 검은 안대를 차고 다녔던 미국 종군기자 마리 콜빈, IS에 납치돼 고통받다 탈출한 뒤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2018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나디아 무라드 등 실존 인물들이 영화 제작에 영감을 주었다. 2018년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당시 경쟁부문 후보에 오른 이 영화의 상영을 앞두고 심사위원장이었던 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포함한 82명의 여성 영화인이 레드 카펫 위에서 영화계 성평등과 여성 연대를 선언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관습적인 연출 방식이 다소 아쉬움을 남기지만, 바하르 역의 이란 출신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의 열연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