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윤호 프로듀서 - 계획과 시스템의 힘
2020-11-02
글 : 배동미
사진 : 오계옥

“1995년 배경의 영화이지만, 2020년에 보든 2030년에 보든 관객이 동질감을 많이 느낄 것 같았다.” 박윤호 프로듀서는 입봉작이 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시나리오를 보고 이처럼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나리오 가독성이 좋아 순풍을 탄 듯 잘 읽혔다. 하지만 시대상을 그린 영화여서 세트와 미술, 소품, 그리고 로케이션 역시 만만치 않았기에 프로듀서로서 고민이 깊었던 것도 사실. “요즘 영화 현장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스케줄이 우선이어서 스케줄에 따른 변수가 없도록 예산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성난황소> <더 킹> <특종: 량첸살인기> 제작실장을 맡았던 경력 덕분에 박윤호 프로듀서는 예산을 짜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담긴 엑셀 서식이 있었고, 매주 예산을 점검하고 감독이 힘을 주고 싶은 부분에다 남은 예산을 반영했다. “엑셀 단축키를 귀신같이 쓴다”는 그는 계획과 시스템의 효과를 믿는 프로듀서다. 덕분에 촬영이 쉽지 않았던 공장에서 페놀이 콸콸 쏟아지는 신과 지하철역 신등을 감독, 배우 모두가 원하는 대로 찍을 수 있었다.

박윤호 프로듀서가 처음 영화의 길을 꿈꾸게 된 계기는 뤽 베송의 <레옹>. 족히 스물다섯번은 봤지만 볼 때마다 눈물짓는 영화다. 일반 대학에 진학했으나 <레옹>으로 인해 불지펴진 영화감독에 대한 갈증이 너무심했던 나머지 “군대에서 영화감독이 꼭 되기로 마음먹었다”. 말년 병장 휴가 때 수능을 보고 4살 차이나는 동생들과 함께 영화과 신입생이 된 그는 얼떨결에 학회장이 되었고, 학회장으로서 학과의 살림을 책임지다보니 영화제 사전 답사, 숙소 예약, 버스 대절, 과내 영화제 개최 등을 도맡았다. “지금 보니 완전 PD의 일이었다.” 연출에 대한 열망으로 영화과에 진학했기에 속상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기획이란 게 큰 의미에서 연출이라고 생각해도 좋다”는 선배의 충고를 듣고 기획의 의미를 깨닫게 됐고 그때부터 기획 일만 해왔다. 그의 영화 모토는 간단하다. 재밌는 영화. “관객이 멜로영화를 봐도 재밌다고 말하고, 액션영화를 봐도 재밌다고 한다. 우리말에는 다양한 형용사가 있는데도, 관객이 좋은 영화를 만나면 다 재밌다고 이야기한다. 장르 불문하고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That's it

태블릿 PC

“단순히 스케줄링하고 메일을 쓰는 장비가 아니라, 현장에서 감독님의 모니터와 연동하는 장비로 썼다. 태블릿 PC를 통해 매 테이크를 보고 현장에서 부족한 게 없는지 한번 더 검토했다. 대표님이 선물해주신 거다. (웃음)”

Filmography

2020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프로듀서 2018 <성난황소> 제작실장 2016 <더 킹> 제작실장 2015 <특종: 량첸살인기> 제작실장 2014 <쎄시봉> 제작팀장 2013 <하이힐> 제작부장 2012 <남쪽으로 튀어> 제작부장 2012 <내가 살인범이다> 제작부장 2011 <완득이>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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