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
<스타트업>, ‘엔젤’이 필요해
2020-11-10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드라마를 보다 보면 악의와 음모로 작동하는 세상을 개인이 돌파하는 이야기에 익숙해진다. 주인공에겐 경로를 정하는 선택지가 주어지고 맞는 선택에 보상이 따른다. 드라마 바깥에선 성공한 사람의 후일담이 그렇다.

젊은이들의 창업기를 다룬 tvN 드라마 <스타트업>은 ‘엔젤’이 있어야 돌아가는 드라마다. 엔젤은 ‘스타트업 초기에 자금지원과 경영지도를 해주는 투자자’를 뜻한다. 또한 18살에 보육원에서 자립해 갈 곳이 없던 시절의 한지평(김선호)을 거둔 최원덕(김해숙)도 천사나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상대로 핫도그를 팔던 원덕은 월세방 전단지 앞에 망연하게 섰던 지평을 자신의 가게에 머물게 했다. 박혜련 작가는 사람이 성장하고 다음 스테이지를 밟는 이야기에 머물 공간, 숨 돌릴 시간을 마련해주는 이의 역할을 크고 중요하게 두었다. 현실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냐 묻는다면, 현실이 이래서 그런 존재가 절실하다고 답하는 드라마다.

원덕의 손녀 서달미(배수지)는 스타트업 육성 공간 ‘샌드박스’ 12기에 지원해 팀을 꾸릴 수 있는 CEO 자격을 따낸다. 입주팀 선발 과정에서 달미는 남도산(남주혁)이 대표로 있는 삼산텍을 선택해 “CEO로 날 영입해줄래?”라고 물었고, 팀원들과 상의를 마친 도산은 “삼산텍 CEO가 돼줄래?”라고 되물으며 손을 내민다. 서로를 선택하고 상대방의 의사를 확인하기까지의 떨림과 벅참을 지켜보며 내가 왜 성공한 사람의 후일담에 시큰둥한지 새삼 확인했다.

한 사람의 입장으로 완결난 이야기에서 선택은 다만 분기일 뿐, 심장이 두근대는 상호작용이 없다. 성공한 이의 자취를 오락성으로 평가하는 것부터 글러먹었다 싶지만, 아무튼. 달미를 통해 공감하는 CEO의 자질이 있다. 지난 선택이 불러온 이득과 손실을 곱씹으며 구성원들에게 후회와 의심을 전염시키는 대표들을 겪어본 터라, 해야 하는 결정을 제때 내리고 뒤돌아보지 않는 달미에게 반해버렸다.

VIEWPOINT

식당용 케첩

지평에게 핫도그 가게 열쇠 둔 자리를 일러준 원덕은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케첩 깡통에 돈을 모아뒀던 것이 떠올라 가게로 뛰어간다. 돈은 무사했고, 지평은 원덕과 함께 은행에 가서 통장을 개설하도록 돕고 빈 깡통도 버리지 않고 품에 안고 돌아온다. 케첩 깡통에 얽힌 또 다른 사건이 있다. MBC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업둥이를 돌보게 된 두일(이두일)과 프란체스카(심혜진)는 분유 살 돈이 없어 슈퍼마켓에서 분유통을 훔쳐 달아난다. 집에 와서 확인하니, 안타깝게도 모양이 엇비슷한 식당용 케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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