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2007), <소셜 네트워크>(2010), <나를 찾아줘>(2014)를 연출한 미국 감독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맹크>가 언론에 공개됐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반드시 흑백으로 찍어야 한다고 했던 영화, 그의 아버지 잭 핀처 각본으로, 그가 늘 함께 작업했던 제작진을 다시 한번 모아 만든 <맹크>는 오손 웰스의 <시민케인> 각본을 완성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시나리오 작가 허먼 J. 맹키위츠의 이야기다. 신랄한 사회 비평가이자 알코올중독에 빠진 그의 시선으로 재평가되는 1930년대 할리우드를 다룬 영화. <맹크>가 공개되자 외신에서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앞다투어 첫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할지도 모른다고 점치고 있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찬사로 이뤄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맹크>, 대체 어떤 영화인지 <씨네21> 기자들이 먼저 보고 시사평을 남겼다.
김소미 기자
"작중 인물이 펼치는 달변의 기술은 여전하지만 핀처의 영화치고는 어쩐지 너무 점잖은 게 아닌가 반문할 즈음, <맹크>는 서서히 고조의 기운을 높여 마지막 장면까지 정확하고 힘 있게 착지한다. 그제야 실감한다. 여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파이트클럽이 아니라 오차도 실수도 없는 꿈의 공장이라는 것을. 데이비드 핀처의 시간은 거꾸로 가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임수연 기자
"미국의 보수화가 할리우드를 잠식하는 풍경을 어느 냉소적인 시나리오 작가의 눈으로 따라간다. 주인공의 진보성을 간지럽게 미화하지도,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일궈낸 빛나는 성과를 냉소적으로 끌어내리지도 않으면서 맹크가 통과한 1930년대의 할리우드가 어떻게 <시민 케인>의 재료가 되었는지 데이비드 핀처의 방식으로 재구성해낸다. 배우 중 발군은 아만다 사이프리드. 대중적으로는 미디어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정부 정도로 알려져 있던 여배우 마리온 데이비스를 근사하게 재해석했다."
송경원 기자
"<시민 케인>의 무대 뒤로 들어간 데이비드 핀처. 극작가 맹키위츠의 기억을 따라 1930년대 고전 할리우드의 빛과 그림자를 재구성한다. 친절한 편이 아니라 배경 지식이 없으면 초중반은 다소 버거울 수 있다. 어쩌면 <시민 케인> 자체가 일종의 맥거핀이 아닌가 싶을 만큼 영화제작의 뒷이야기보다는 할리우드 시스템, 대공황 이후의 정치상황에 집중한다. 고전에 대한 향수 어린 노스텔지어라기보단 비판적 반성문에 가깝다. 데이비드 핀처의 '로즈버드'는 무엇인가. <시민 케인>이 셰익스피어의 창조적 재해석이었던 것처럼 <맹크>는 <시민 케인>을 빚어낸 부조리한 시대상을 창조적으로 재조립한다. 후반부 시대 앞에 선 초라한 지식인으로서의 맹크의 내면 깊숙이 치달아가는 플래시백이 압권. 매 장면 우아하다."
이주현 기자
"오손 웰스가 <맹크>를 본다면 뭐라 말할까. 이건 지나친 각색이라 소리칠까. <조디악>이나 <소셜 네트워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데이비드 핀처는 이번에도 실화의 영화적 재구성을 통해 현실의 판본보다 그럴싸한 자기만의 판본을 만들어낸다. <맹크>는 오손 웰스의 <시민 케인>이 탄생하기까지 그 장막의 뒤를 살피는 영화다. 사실상 오손 웰스는 미끼이며, 공동 각본가 허먼 맹키위츠가 핀처의 눈을 대신한다. 맹키위츠라는 렌즈를 통해 투과되는 것은 1930년대 할리우드와 미국사회의 풍경이다. 빛나는 흑백의 이미지와 지적인 대사 등 모든 면에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영화다."
넷플릭스 영화 <맹크>는 국내 극장에서 11월 18일 개봉, 넷플릭스에서 12월 4일 전세계 공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