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3일, <힐빌리의 노래> 연출을 맡은 론 하워드 감독과 배우 에이미 애덤스, 글렌 클로스가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극장 개봉을 거쳐 11월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힐빌리의 노래>는 불우한 환경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한 실존 인물 J. D. 밴스가 2016년 출간한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인공 밴스(가브리엘 바쏘/오웬 아스탈로스), 약물 중독에 빠진 어머니 베브(에이미 애덤스), 어머니 대신 손자를 돌봤던 할머니(글렌 클로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난 론 하워드 감독은 <힐빌리의 노래>를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사회정치적인 부분이 아닌, 가족의 이야기에 공감해서“라고 말했다. 미국 중심부의 소도시 오클라호마에서 자란 론 하워드 감독은 책 속 이야기가 개인적인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스스로를 투영시킬 수 있는 가족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찾던 론 하워드 감독은 "이 이야기가 적합한 기회"라고 생각해 저자인 J. D. 밴스를 직접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눈 뒤 영화화를 진행했다고. 그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얽혀있는 복잡한 관계를 보여주며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힐빌리’는 미국 남부의 백인 저소득층, 낮은 교육 수준과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이들을 일컫는 용어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힐빌리 가정의 삶을 담아내며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원인과도 맞물리며 출간 후 미국 내에서 많은 화제가 됐다.
<힐빌리의 노래>에서 약물중독에 빠진 엄마 베브를 연기한 에이미 애덤스는 “전작들에서 어두운 내면을 가진 인물들을 몇 차례 연기해서 그런 캐릭터는 피하려 했다. 그런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가족의 이야기'에 집중하려는 비전에 많은 공감이 갔다. 세대를 거쳐 내려오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나다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반면 글렌 클로스는 “짜릿한 도전이었다”며 전작들과는 다른 변신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그는 “이 역할은 나에게 감정적, 심리적, 영적으로 전혀 새로운 영역이었다. 책을 접하고 론 감독님이 각본을 작업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할머니 역할을 맡고 싶었다. 이후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정말 신나고 감격스러웠다”며 캐스팅 당시의 기쁨을 회상했다.
<힐빌리의 노래>에서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밴스이며, 그를 뒤흔드는 동시에 지탱하는 이들은 어머니와 할머니다. 딸과 손자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최선을 다하는 할머니. 에이미 애덤스와 글랜 클로스는 복합적인 감정을 간직한 캐릭터를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폭발적으로 표현하며 심도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원작자인 J. D. 밴스는 론 하워드 감독과의 만남에서 “어머니, 할머니, 누나까지 내 삶 속의 여성들 덕분에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론 하워드 감독은 “진실된 태도와 형용할 수 없는 고귀함”을 느꼈고 “여성 캐릭터들을 아주 힘 있게 화면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이미 애덤스는 “연기는 까다로운 다이빙을 하는 것과 같다”며 “캐릭터의 감정들을 최대한 풍부하고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힐빌리의 노래>를 본 기자의 평을 인용하며 베브를 설명했다. “자식들은 너무나 사랑했지만 자기 자신은 그만큼 사랑하지 못했던 인물”이라 말하며 최대한 솔직하게 그 순간에 빠져들어 연기에 임했다. 글렌 클로스는 스스로를 최대한 실존 인물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사진을 참고해서 외모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었으며 영상 등의 참고자료를 통해 걸음걸이, 행동, 말투, 유머감각, 성격까지 모두 습득했다. 또한, “그녀가 한 생각들을 나도 똑같이 하려고 했다. 메이크업을 마치고 거울을 보면 내가 아닌 배역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었다”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과정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론 하워드 감독은 "이번 작품은 복잡했지만 핵심은 결국 J.D. 밴스 주변의 여성들이었다. 에이미, 글랜을 포함한 배우들이 실제로 그런 용기와 힘을 가진 이들이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코로나 초기에 한국의 대응이 전 세계에 많은 영감을 주었고, 그런 모범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특별한 인사를 전한 글렌 클로스와 에이미 애덤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