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80년대생 남자 기자 셋이 본 <조제>, 원작과 이렇게 다르다고?
2020-12-04
글 : 김성훈
글 : 송경원
글 : 김현수
한지민, 남주혁 주연의 영화 <조제> 시사 첫 반응

한지민, 남주혁 주연의 <조제>가 언론에 공개됐다. 잘 알려진 대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한국판 리메이크작이다.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 주연의 원작 영화가 나온 지 17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밀레니얼 세대 관객에게도 인생 영화로 회자될 만큼 즐겨 찾는 영화라서 자연스레 김종관 감독의 <조제>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게다가 한지민, 남주혁이란 스타 캐스팅이 힘을 더했으니 대중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개봉하던 해에 극중 츠네오와 비슷한 또래였던 씨네21 남자 기자 셋이 영화를 보자마자 짧은 감상평을 남겼다.

김성훈 기자

원작의 설정과 전개를 가져오되, 한국 사회의 청춘과 풍경 그리고 공간에 김종관 감독의 인장을 입혀 그려낸 영화다. 낯선 사람에 대한 설레임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공간을 통해 드러내는 방식은 <최악의 하루> <페르소나-밤을 걷다> 같은 최근 영화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그의 감성이다. 하지만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의 시선으로 조제(이케와키 치즈루)를 보여주었던 원작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조제(한지민)의 시선으로 영석(남주혁)을 더 공들여 보여주는 듯하다. 우연히 만난 여성 조제와의 사랑, 취업 준비생으로서 가진 압박감과 불안감 등 영석이 겪는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반면, 연약하면서도 강인하고,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조제(의 매력)가 잘 보이지 않아 당황스럽다.

송경원 기자

원작 소설 또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2003년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김종관 감독의 스타일과 정서, 시선으로 다시 태어난 <조제>는 훨씬 낮은 눈높이에서 이야기에 피를 돌게 하고 살점을 붙인다. 이누도 잇신의 영화가 좀처럼 곁을 주지않는 자존감 높은 고양이라면, 곧 개봉할 애니메이션 <조제>는 해맑고 발랄한 개냥이다. 이에 반해 김종관의 <조제>는 버려진 것들을 조심스레 모아 품는 낭만 고양이다. 왜 <조제>인가. 왜 이 영화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화답은 영화가 수집한 공간의 디테일에서 묻어난다. 가난한 지방대생, 취업에의 압박, 복지의 사각지대 등 한국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 위에 서 있다. 김종관은 한국에서 인물의 실루엣과 뒷모습을 가장 섬세하게 찍는 감독 중 한 명이다. 그의 장기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되어 내면의 온도를 서서히 올린다. 다만 잔잔함과 밋밋함은 한 끗 차이고 영화는 빈번하게 이쪽저쪽으로 기운다. 무엇보다 흩어지는 인물의 동력이 아쉽다. 이누도 잇신의 <조제...>가 츠네오(츠마부토 사토시)의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반해, 김종관의 <조제>는 시점이 빈번히 이동하며 감정적 밀착을 방해한다. 멜로에 대한 강박이나 숙제처럼 나열되는 상징들도 안타깝다. 설명이 길어질 때마다 영화도 흐려지는 걸 피할 수 없다. 숨이 짧아 충분한 깊이엔 다다르진 못한다고 할까. 그럼에도 가슴을 적실 만한, 예쁜 (순간들이 수집된) 영화. 촉촉한 온기가 뭉근하게 번진다.

김현수 기자

리메이크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원작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장면 중 어떻게 재해석될지 궁금했던 장면이 있었다. 조제와 츠네오가 차 안에서 둘의 관계가 끝났음을 직감하던 순간, 조제가 덤덤하게 "바다보러 가자"고 말할 때의 그 표정이 <조제>에서 어떻게 재해석됐을지 궁금했다. 김종관 감독은 조제가 느닷없이 다가온 영석을 만나 겪게 되는 여러 사건의 뼈대는 원작과 흡사하게 유지하되 그 과정에서 언급되는 디테일들, 이를테면 계란말이는 스팸으로, 살모넬라균은 위스키로, 모텔은 유원지로 바꿔 놓는다. 2020년의 한국 땅 어딘가에서 옴짝달싹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포착하는 듯한 카메라 앵글과 그 안에 담긴 배우의 연기는 물론, 재해석된 조제와 영석의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도 원작과는 분명 결이 다르다.

그러나 영화의 여러 요소들이 두 남녀의 아름답고 아픈 순간만을 강조할 뿐, 결말을 향해 조화롭게 축적되지 못한다. 취향이 뚜렷한 수집품을 한데 모아 놓았으나 그 맥락이 선명하게 제시되지는 않는 인상을 받았다. 조제라는 인물은 과거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거기 그대로 있을 캐릭터다. 그 쓸쓸하고 담담한 존재감으로 2020년이란 시절을 보듬는 인물이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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