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스파이더맨이 한 편의 영화에 모두 모일 수 있을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큰 그림'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2>의 옥토퍼스로 출연했던 배우 알프레드 몰리나가 MCU의 새영화 <스파이더맨 3>(가제)에 옥토퍼스 역할로 다시 캐스팅됐다. 이 소식을 전하는 대부분의 매체가 "역대 스파이더맨들이 (한 영화에) 모두 등장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의 토비 맥과이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앤드류 가필드,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톰 홀랜드까지, 역대 스파이더맨 출연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MCU 페이즈 3기의 엔딩을 장식했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J.K. 시몬스가 출연하면서 수많은 스파이더맨 팬들에게 여지를 남긴 것. 그 이유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에서 신문사 데일리 뷰글의 J. 조나 제임슨 편집장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J.K. 시몬스였고, 심지어 두 영화에서 동일한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는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2>에서 악역 일렉트로를 연기한 제이미 폭스가 <스파이더맨 3>에 동일한 역할로 캐스팅된 바 있다. 당시 제이미 폭스는 개인 SNS에 일렉트로와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마주하고 있는 사진을 올려, 세간에 떠돌던 역대 스파이더맨 랑데부설에 힘을 실어줬다.
옥토퍼스역의 알프레드 몰리나 캐스팅 소식은 현재 다른 캐릭터의 출연설도 현실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확대 해석을 낳고 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세계관 내에서 꽤 중요한 악역 캐릭터인 옥토퍼스 외에도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에 출연했던 메리 제인 왓슨 역의 커스틴 던스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그웬 스테이시 역이었던 엠마 스톤 등 스파이더맨 주변 인물들의 재등장설이 과연 실현 가능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캐스팅도 문제지만 스토리 전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미 완결된 과거의 <스파이더맨> 속 인물들을 다시 불러올 방법 중 가장 유력한 설은 '평행 우주'설이다. 현재 <스파이더맨 3>에는 톰 홀랜드와 함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하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출연 예정이다. 그리고 마블은 <스파이더맨 3> 이후 공개되는 <닥터 스트레인지> 속편의 공식 제목을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마블은 제목에서 공식적으로 멀티버스(평행우주)의 등장을 예고한 것. 여러 외신과 팬들은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에 앞서 <스파이더맨 3>에서 먼저 평행우주가 그려질 것이며, 이로 인해 과거 <스파이더맨> 시리즈 속 인물들이 재등장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물론 창작자들의 의지만 가지고 성사될 수 있는 이슈도 아니다. 각각 판권을 쥐고 있는 마블과 소니 픽처스의 기획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 소니 픽처스는 2018년 개봉한 <베놈>을 시작으로 '소니 픽처스 유니버스 오브 마블 캐릭터스'를 꾸려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현재 촬영을 완료하고 개봉을 준비 중인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와 <모비우스>가 이에 해당하며, 두 영화 모두 마블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과 대적하는 빌런인 베놈과 모비우스를 주인공을 한 작품이다. 그중 <모비우스>의 예고편에서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 MCU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의 접점이 등장하며 팬들의 기대를 산 바 있다. 예고편 속에서 그라피티의 형태로 잠깐 등장한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스파이더맨의 외형과 동일했으며, 예고편 후반부에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빌런이었던 벌쳐(마이클 키튼)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MCU와의 연계가 사실상 확정됐다. MCU와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 소니에서 제작하는 '소니 픽처스 유니버스 오브 마블 캐릭터스'가 모두 하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해진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