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미스터 션샤인' PD가 연출한 드라마 '스위트홈', 기자들의 4인 4색 리뷰
2020-12-18
글 : 씨네21 취재팀
사진제공 넷플릭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이응복 감독이 넷플릭스와 만났다. 장르는 크리처물. 인간이 가진 욕망에 따라 무작위로 괴물화가 진행된다는 독창적인 스토리를 가진 원작 웹툰의 인기에, 레거시 이펙트, 스펙트럴 모션 같은 해외 특수·시각 업체까지 참여한 비주얼이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스위트홈>은 회당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제작비와 넷플릭스 플랫폼의 자유로운 표현 수위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가족을 잃고 그린홈 아파트에 홀로 이사 온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를 연기한 송강을 비롯해, 이도현‧고민시‧박규영 등의 신인들을 과감히 기용했고, 이진욱‧이시영‧김갑수가 합류해 안정감을 더했다. <스위트홈>을 본 기자들 중에는 괴물이 나올 때마다 사무실에서 화들짝 놀라던 사람도, 무심하게 컵라면을 먹으며 본 사람도 있다. 잔인함에 대한 수용 범위도 취향도 각기 다른 기자들이 <스위트홈>을 보자마자 느낀 감상을 전한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임수연 기자

이응복 PD가 연출한 드라마들은 그냥 인기를 얻은 게 아니라 신드롬 수준의 열풍을 불러왔고, ‘다나까’ 말투를 구사하는 군인이 나오거나 939살 도깨비가 주인공이거나 한일합병 직전 항거했던 독립운동가들이 등장하는 등 장르나 소재 면에서 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했다. 그러니 그가 넷플릭스에서 주요 출연진 상당수가 신인급인 크리처물을 연출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도대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궁금했다.

<스위트홈>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대중 드라마를 만들어왔던 창작자가 어려운 길을 고집 있게 선택하며 감독으로서의 욕망을 아낌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물량 공세를 앞세우기보다 그린홈 주민 한명 한명의 서사를 구축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그럼에도 이미지에 집착하는 순간들이 있으며, 장르 특유의 짓궂음이 묻어나는 아슬아슬한 연출도 무방비 상태에 틈입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묻는다는 점에서 <부산행> <반도>로 이어졌던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도 겹친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미리 드라마를 본 기자들이 눈에 들어왔던 배우의 이름을 공유하다 만장일치로 언급된 이가 있었다. 그린홈 1층 생존자 집단을 이끄는 의대생 은혁 역의 이도현이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 데도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고, 아집으로 보일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순간에도 연기에 설득력이 있다. 그 외 송강, 박규영, 이시영, 고민시, 이진욱, 김남희, 고건한 등의 배우들이 고르게 시선을 사로잡으며 캐릭터 보는 재미를 이어간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조현나 기자

원작 웹툰을 정주행한 독자로서 <스위트홈> 드라마화 소식에 가장 먼저 떠오른 궁금증은 “과연 괴물들을 어떻게 구현했을까?”였다. 괴물들의 외형부터 이야기해보자면, 거의 완벽에 가깝다. 장님 괴물이나 근육 괴물의 경우 특히 싱크로율이 높고 이들의 기괴한 움직임 또한 자연스럽게 구현됐다. 웹툰을 볼 때도 소름 끼쳤던 괴물의 예측 불가한 등장 신들도 계속해서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러나 너무 만화적으로 구현된 탓일까. 어쩐지 실제 배우들과 잘 섞이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정말 넷플릭스이기에 가능했을 자극적이고 잔혹한 연출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장님 괴물의 입속에 카메라를 위치해 근육 괴물과의 싸움을 조명하는 등, 독특한 촬영 신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작과 큰 흐름은 유사하나 주요 인물들에 추가된 설정들로 인해 웹툰과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배동미 기자

매회 마지막 신이 가장 재밌는 드라마. ‘넷플릭스에서 몰아보기’란 시청 패턴이 이어지도록 매회 마지막 순간이 제일 짜릿하다. 당연히 칭찬이지만 러닝타임의 초중반부가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위트홈>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미술, 조명, VFX로, 이 모든 요소를 문화적 믹서에 갈아 넣은 <스위트홈>은 얼핏 완벽한 칵테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 요소가 한국이란 문화적, 공간적 맥락과 맞닿아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그린홈이 서울 충정로가 아닌 홍콩 어딘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대만이면 또 어떤가. 일본 어딘가에 있는 아파트라고 나는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공무원 시험, 서울의 강북과 강남의 차이 등 한국적 맥락을 주‧조연급이 아닌 작은 캐릭터들의 대사로 단편적으로 제시하는 작품의 화법도 아쉽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김현수 기자

구룡성채에 갇힌 서민들이 괴물에 맞서 싸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강렬한 비주얼이 눈길을 확 끈다. 이미 공개된 예고편과 스틸컷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만들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끈적하고 거대하고 잔인하고 징그럽고 유혈이 낭자한다. 심지어 4K 해상도로 보게 될테니, 식사 시간에 시청하는 걸 권하지 않는다. 끈적하고 시뻘건 유혈이 흥건한 가운데 송강, 이도현, 고민시, 박규영 등 젊은 배우들이 핏빛 댄스를 추듯 자유롭게 기량을 뽐내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좋다. 몇몇 장면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릴 정도로 쎄다.

다만 이야기 전개 면에서는 연출자로서 짧은 숏폼 콘텐츠의 소비를 고민했나 싶을 만큼 20분 분량으로 호흡이 끊어졌다 이어지는 느낌이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원작 웹툰을 즐겁게 본 시청자라면 그마저도 신선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시즌제 드라마의 호흡을 원하는 시청자들은 다음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서스펜스가 느껴지지 않아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아무튼 이응복 감독이 이전에 연출했던 드라마와 별다른 연관성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반가운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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