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대미를 장식할 패티 젠킨스 감독의 <원더우먼 1984>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몇 차례 개봉이 연기되면서 하반기 최고 기대를 안고 있었던 <원더우먼 1984>는 북미에서 극장 개봉과 OTT 서비스(HBO 맥스) 동시 공개로도 화제에 올랐다.
이번 영화는 전편의 배경에서 한참 떨어진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사랑을 잃은 원더우먼은 자신의 장체를 숨긴 채 인류와 함께 살아가는 중에 죽었던 연인 트레버와 재회한다. 과연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어떤 악당이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전편의 센세이셔널한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씨네21 기자들의 반응을 보고 영화의 향방을 점쳐보자.
김현수 기자
패티 젠킨스 감독과 갤 가돗의 두번째 협업 <원더우먼 1984>는 전편에 이어 원더우먼이 지향하는 인간의 가치, 삶의 태도를 중시하는 영화다. 21세기에 등장한 꽤 많은 수퍼히어로들이 자기 파괴적인 성격을 지녔거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악당들에 화풀이하듯 폭력적이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희망, 사랑, 평화를 외치는 히어로의 이야기가 밋밋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경쟁에 임하는 공정한 자세를 강조하는 에피소드로 꾸며져 있는 것만 봐도 원더우먼이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을 예상해볼 수 있다.
원더우먼에 반하는 가치를 쫓으며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인물들, 가짜 석유왕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와 바바라(크리스틴 위그)의 목숨 역시 함부로 다루지 않는 전개와 액션은 이 영화만의 미덕이지만 장르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재미를 만들어내는 순간들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뒤따른다. 이 어려운 시기에 극장을 찾을 관객을 설득시키면서 만족도 시켜주려면 MSG가 좀 더 있었어야 한다. 80년대를 배경으로 국제 정세나 미국의 정치사가 좀 더 엮여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엑스맨2 - 엑스투> 이후 십수년만에 만나는 수퍼히어로의 백악관 액션은 반갑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기대 포인트가 있다. 사랑과 이별을 겪고 더욱 단단해진 원더우먼의 다음 편을 한 번 더 기대해보고 싶다.
조현나 기자
극중 배경인 1984년은 관객에겐 과거, 다이애나에겐 현재이지만 스티브에겐 경험한 적 없는 미래다. 전작의 원더우먼이 그러했듯 70여 년의 텀을 두고 변화한 세계에 적응하려 애쓰는 스티브의 모습이 초반의 웃음을 담당한다. 더불어 액션에 공을 들인 태가 난다. 영화 초반 데미스키라의 경기와 쇼핑몰에서의 원더우먼의 활약 신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즐겁다. 하지만 정작 빌런인 맥스 로드와의 대결 신이 아쉽다. 전작부터 이어져온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이 영화를 안정적으로 지탱해주나, 관객 입장에선 그 믿음에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