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곱슬곱슬한 사람들이 모여 국물용 멸치 대가리를 따고 있다.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언니네 국수’를 꾸려가는 이들은 점심 장사를 마치면 인간의 몸에 들어간 악귀를 사냥하는 ‘카운터’로 활동한다. 고등학생 소문(조병규)은 어느 날 머리가 곱슬곱슬해지는 일을 겪고 국숫집에 불려왔다. 후천적 곱슬머리는 저승과 연결되어 그 힘을 받은 이들의 공통점이란다. 악귀 잡는 일을 함께하는 동료가 되라니 소문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카운터 도하나(김세정)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필요한 말만 하고, 가모탁(유준상)은 입이 거칠다. 리더 추매옥(염혜란)이 이들을 대신해 쭈뼛거리는 신입의 이름을 참 많이 불러준다. 바로 앞에 두고도 ‘소문아, 소문이 너는, 소문이가’ 하는 식이다. 처음엔 군더더기 대사가 아닌가 싶었는데, 지긋한 목소리로 자꾸 불러주니까 가끔 눈물이 핑 도는 기분이 든다. 소문이 처음 출동한 날, 가정 폭력이 벌어지는 반지하 방 창문을 바로 뜯고 들어간 덕분에 악귀를 잡았고, 아버지에게 살해당할 뻔한 아이도 구했다. 소문이 매옥에게 “소문아, 이 아이 네가 살린 거다”라는 말을 듣는데 나까지 왈칵 울음이 터졌다.
악귀를 하늘로 보낸 후, 매옥은 아이를 때린 남편에게 달려들어 그의 숨통을 끊으려던 여자에게 다가앉아 말한다. “아기 엄마, 이렇게 살다가는 당신이든 남편이든 저 아이든 누구 하나 죽어.”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저 남자는 다시 돌아와 여자나 아이를 위협할 수 있고, 남자를 죽여야 끝이 날 거라 여기는 여자의 오랜 절망은 그대로다. 그래서 매옥은 말을 잇는다. 여기 우리가 다 당신 편이라고. 당신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생기지 않게 편이 되어줄 거라고. 매옥의 목소리가 근본적인 해결엔 닿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 곁에 머무는 목소리라서, 저항이 어려운 상대를 골라 행하는 범죄의 원인을 귀신 탓으로 돌리는 드라마가 아니라 다행이다.
VIEWPOINT
한국형 슈퍼히어로
소문이 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하자 카운터들은 그에게 의상을 선물한다. 한국형 슈퍼히어로는 빨간 추리닝을 입는다. 특수한 기능도 없는 그냥 추리닝이다. 차로 가는 것보다 달리는 게 빠르다고 냅다 뛰어다니는 이들에게 적합한 의상일지도.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타는 영국 브랜드 애스턴마틴의 스포츠카도 등장하지만 국숫집 팀을 지원하는 물주, 최장물(안석환)만 타고 다닌다. 일할 때 쓰라고 한도 없는 카드가 지급되는데 카운터들은 연말에 영수증을 모아서 지출 내역을 증빙해야 한다. 역시 한국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