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원더 우먼 1984' 긍정과 낙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슈퍼히어로 영화
2020-12-29
글 : 송경원

원더우먼은 DC 유니버스 ‘저스티스 리그’ 내에서 시간 여행자에 가까운 위치를 점한다.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을 나와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1편을 기점으로 몇 십년간 인간들 속에서 살아가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배트맨, 슈퍼맨, 아쿠아맨 모두 인간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지만 원더우먼은 신의 시간 속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연인을 그리워하며 인류를 보호한다. 1편의 시작점을 1차 세계대전으로 삼았던 순간부터 <원더우먼> 속편의 운명은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었던 셈이다. 패티 젠킨스 감독이 다시 한번 연출을 맡은 <원더 우먼 1984>는 원더우먼의 핵심 가치이자 진정한 슈퍼파워인 진실의 힘을 설파한다.

1984년, 다이애나(갤 가돗)는 정체를 숨긴 채 고고학자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간다. 간혹 원더우먼이 돼 도시 범죄를 소탕하곤 하지만 세상을 떠난 연인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를 향한 그리움으로 뚫린 구멍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는다. 어느 날 경찰이 박물관으로 정체 모를 황수정의 감정을 의뢰해온다. 감정을 의뢰받은 보석학자 바바라(크리스틴 위그)는 늘 의기소침한 태도로 인기가 없는 자신과 달리 당당한 태도를 지닌 다이애나를 동경한다. 한편 석유사업가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는 위기에 몰리고 이를 타개할 수단으로 황수정을 집요하게 찾고 있다. 황수정의 정체는 가장 소중한 것을 대가로 단 한 가지 소원을 이뤄주는 사악한 신의 유물 드림 스톤이다. 우연히 드림 스톤에 소원을 빌게 된 다이애나는 스티브가 살아오길 바라고, 바바라는 자신이 다이애나처럼 되길 원한다. 끝내 드림 스톤을 차지한 맥스는 스스로 드림 스톤이 되겠다는 소원을 빌고, 거짓된 소원이 남발되며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원더 우먼 1984>는 착하고 순한 슈퍼히어로물이다. 어린 시절 데미스키라 왕국 경기장에서 진실의 가치를 배웠던 오프닝 시퀀스부터 히어로로서 겪는 결핍, 빌런의 등장과 성장, 해결 방식까지 교과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직하다. 합리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끝내 교훈적으로 마무리되는 한편의 전래동화 같다고 해도 좋겠다. 문제는 정직이 항상 최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도통 관객을 속일 줄 모른다. 원더우먼, 치타, 맥스는 각각 진실, 열등감, 욕망을 도식적으로 상징화한 캐릭터인데, 캐릭터를 그려내는 과정의 사건들이 지나칠 정도로 단순해 도리어 캐릭터의 입체감이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전적인 것과 유치한 것은 한끗 차이인데 패티 젠킨스 감독은 긍정과 낙관적 에너지에 기대 수시로 쉬운 길을 택한다. 때문에 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뿐 아니라 영화 자체도 오래되고 낡은 것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할 말이 너무 많아 긴장감을 조율할 줄 모른다는 점이다. 원더우먼의 아픔, 돌아온 스티브와의 행복한 한때는 물론이고 빌런의 등장부터 성장 과정까지 차근차근 보여주려다 보니 상황은 전반적으로 늘어진다. 차라리 TV시리즈였다면 모를까 사건의 발생부터 해결 방식까지 일종의 해프닝처럼 끝나고 마는지라 압도적인 빌런과 치열한 대결이 가져다주는 불꽃이 도통 튀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화려한 볼거리나 눈에 띄는 액션 장면도 줄어들어 대체로 둔탁해 보인다. 원더우먼의 수많은 아이템을 의무감처럼 전시하지만 정작 그 아이템의 필요와 진가를 제대로 전달하는지는 의문이다. 오프닝에서 아마존들의 애크러배틱한 전통 경기처럼 영화 자체가 진짜 같은 치열함, 절실함보다는 편안하고 안전한 (그래서 스릴이 떨어지는) 서커스 같다. 그럼에도 지금 시국에 긍정과 낙관, 희망을 설파하려는 의지만큼은 정확히 읽힌다. 긴 상영시간은 관객에 따라 선물이 될 수도 있겠다.

CHECK POINT

원더우먼의 아이템

진실의 올가미, 승리의 팔찌, 황금관 등 원더우먼의 트레이드마크인 아이템들 외에도 코믹스에 등장한 원더우먼의 수많은 아이템을 자랑스레 선보인다. 진즉부터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투명 비행기부터 1990년대 DC 코믹스의 명작 <킹덤 컴>에서 등장했던 골든 아머까지, 영화에 맞게 각색된 아이템의 활용은 <원더 우먼 1984>의 히든카드다.

1984년

왜 1984년인가. 패티 젠킨스 감독은 “1980년은 거품처럼 화려했다. 돈을 향한 욕망이 극에 달했던 시기인 만큼 그 시절을 말하는 것이 지금의 거울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한다. 1984년이 주는 레트로 감성은 영화 전반부 쇼핑몰 액션 장면에 잘 드러나 있다. TV시리즈에 대한 향수까지 자극하는, 영리한 장면이다.

시그니처 액션

<원더 우먼 1984>의 핵심 아이템은 ‘진실의 올가미’다. 메시지뿐 아니라 액션에서도 그렇다. 번개마저 낚아챌 수 있는 진실의 올가미를 활용한 활강은 스파이더맨을 연상시키는데 오프닝의 경기 장면부터 숙적 치타와의 대결까지 애크러배틱한 액션의 중심에 진실의 올가미가 있다. 한 가지 더, 원더우먼은 하늘을 날 수 있는가. 팬들의 오랜 숙제였던 이 질문을 이번 영화에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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