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라센의 칼' 유리 공장에서 가난한 여성과 외국인노동자가 겪는 차별과 아픔
2021-01-12
글 : 이주현

윤아(신지수)는 유리 공장에서 일하며 공장 한편의 컨테이너에서 홀로 살고 있다. 공장의 사장(김필)과 남자 직원들은 차별적 언행과 착취와 폭행, 성폭력을 죄의식 없이 일삼으며 함께 일하는 윤아와 외국인 노동자 알란(검비르)을 괴롭힌다. 알란은 사장에게 성폭행당할뻔한 윤아를 구해주고, 윤아의 생일날엔 자신이 가진 유일한 물건인 사라센의 칼을 선물로 준다. 사라센의 칼은 윤아의 과거 트라우마를 일깨운다. ‘양공주’ 딸이라 놀림받고 자란 윤아는 어느 날 엄마(박명신)를 폭행하는 미군을 칼로 찔러 살해하고 고향을 떠나왔다. 한편 고등학생 은지(성화연)가 공장에 취직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은지 역시 사장에게 농락당하고, 윤아는 알란이 자신을 도왔던 것처럼 은지를 돕는다.

<사라센의 칼>은 소도시의 유리 공장을 배경으로 가난한 여성과 외국인노동자가 겪는 차별과 아픔을 그린다. 불의가 쉽게 용인되는 현실이나, 마땅한 탈출구가 없어 파렴치한 가해자의 폭력을 감내하는 주인공들의 태도는 답답하고 안쓰럽다.

영화를 만든 현직 경찰인 임재영 감독은 “편견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차가운 현실을 돌파해나가는 이야기로서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감독의 좋은 의도와는 무관하게 영화는 엉성한 스토리텔링으로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설정은 도식적이고 표현은 자극적이고 캐릭터는 평면적이라 그 어떤 인물에게도 깊이 접속하기가 힘들다. 배우들의 연기에도 아쉬움이 남는데, 깊은 아픔을 간직한 윤아 캐릭터가 단조롭게 표현된 데에는 배우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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