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지면에 담지 못했던 내용을 탈탈 털어 독자들에게 공유하는 ‘비하인드 씨네리’ 두 번째 배우는 <씨네21> 1289호 커버를 장식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기억 읽는 카운터, 배우 김세정이다. 엘리베이터 액션 신 비하인드부터 함께 연기한 동료들에 대한 ‘폭풍 칭찬’까지,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전한다.
1. 보기와 달리 향희(옥자연)에게 하이힐로 맞는 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가장 먼저 찍은 액션 신은 지청신(이홍내)에게 철중(성지루)이 죽는 장면이었다. 야외다 보니 외부 환경이 큰 변수가 됐다. 기울어진 땅에서 발차기를 하려니 잘 안 되고 생각지도 못한 데서 근육통이 오고. 그래서 액션하기 전에 10분이라도 꼭 스트레칭을 하고 지형을 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이를 잘 접목시킨 게 두 번째로 찍은 엘리베이터 액션 신이다. 그 때가 선배님들 만난 지 한달 정도 됐을 때였고, (옥자연) 언니와는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그런데 첫날부터 다짜고짜 싸우게 되다니. (웃음) 하이힐로 찍는 건 전혀 아프지 않았다. 실제론 말랑말랑한 소재라 아무리 맞아도 “앙! 앙!” 소리밖에 안 나온다. 오히려 언니가 내 기억을 읽는 신을 찍을 때 정신이 빡 들기 시작했다. 언니가 정말 몰입해서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절대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나와 향희의 재미있는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집중하고 서로 배려하며 촬영했던 신이다. 언니가 진짜 착하고 여리다. 무섭게 액션을 하다 가도 컷 하면 바로 “괜찮아요? 어디 안 맞았어요?” 라고 물어 봐주고, 최근에 언니와 마지막 액션 신을 찍었는데 “내가 힘이 센 편이라 파워가 가늠되지 않을 때가 있어 걱정된다”고 하니 “내가 원래 소심해서 과감하게 해주는 사람일수록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고 말해주더라. 정말 고마웠다. 드라마 방영 전에 출연자들이 미리 알 수 있는 결과물이 있다. 액션이 잘 나왔다는 말을 들으면서 액션 연기에 슬슬 자신감이 붙고 좀더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2. ‘여자 유준상’이란 별명을 붙여준 당사자는 조병규이다.
“병규가 처음에 나를 ‘여자 유준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선배님과 내가 ‘열정 만수르’라는 점이 비슷하고 티티카카도 너무 잘 맞아서 그렇게 부르지 않았을까. 부녀 지간이 너무 좋아 보이면 영혼의 단짝처럼 보인다. 선배님하고도 너무 친해져서 그런 사이가 된 것 같다.”
3. 김세정은 고등학교 시절 연극부 활동을 하고 연기학원도 다녔다. 시·도 대회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적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한 확신이 있었다. 난 연예인을 할 건데, 분명 작사·작곡도 할 거고 연기도 하겠지? 아이돌도 하고 솔로도 할 거야! 이런 걸 중학교 땐가 고 1 땐가 생각했다. 그래서 오디션에 떨어져도 타격이 없었다. 난 연예인을 할 거니까~! (웃음) 어쩌면 어디에서 온 건지 모를 자신감이 진짜 꿈을 이루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을 준 것 같다. 그 나이에 그렇게 확신하며 꿈을 꿀 수 있었던 게 실제 꿈을 이루는 데 절반은 하지 않았을까. 이런 자신감이 분명 엔터에도 보였을 거다.”
4. 김세정은 “<경이로운 소문> 현장에서 국어, 도덕, 사회, 영어를 다 배우고 있다”며 감격했다.
“일단 (염)혜란 선배님은 진짜 인간적이다. 사실 나는 일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냉정하게 갈 때도 많은데, 장면을 해석할 때도 일부러 지문 이상의 것을 생각 안 하려고 할 때도 있는데, 선배님은 최대한 인간적으로 지문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리고 더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게끔 연기를 바꾼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대본을 볼 때도 그렇고 되게 휴머니즘이 많이 살아 계신 선배다. 진짜 멋있다.
(유)준상 선배님은 인생이 멋있는 분이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한다는 게, 가볍게 보면 일처리지만 깊게 들어가 보면 체력 관리부터 스케줄 정리, 가족과의 관계까지 모든 걸 떠맡으면서 그걸 다 해낸다는 거다. 그런데 하나도 흐트러진 게 없다. 체력도 체력대로 챙기고, 종종 현장에 가족들이 놀러올 때가 있는데 정말 꿈의 가족이다. 자식들과도 좋은 소울메이트이고, 부인 분을 너무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병규가 성공한 인생의 표본이다,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얘기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려면 무언가를 포기한다든지 이기적으로 군다든지 할 수도 있는데, 선배님은 모두에게 인정받는다. 진짜 대단하다.
(조)병규는 나랑 같은 나이인데 어쩜 저렇게 베테랑 같을까 매번 놀란다. 많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친구다. 본인은 얕은 지식이라며 바닥이 드러나는 게 무섭다고 빈말을 하지만, 실제로 정말 속이 꽉 차 있는 친구다. 그리고 본인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확신이 가득 차 있다. 연기를 배워가면서 연기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현장에서 상대 배우나 수십 명 스태프들과의 어색함을, 카메라의 무서움을 이겨내야 하는데 확고함이 없으면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해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동갑인데도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촬영 전 액션 스쿨에 갈 때도 몸을 굉장히 잘 써서 놀랐고, 1회에서 나오는 파쿠루 역시 스스로 욕심이 있어 일부 동작을 직접 해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장물 할배(안석환)님은 익어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알려주시는 선배님이다. 평소 우리의 모습 하나 하나까지 다 관찰하면서 “니들은 너무 재밌어” 하면서 우리가 하는 말이나 생각을 오픈마인드로 받아 주신다. 세월이 흐른 만큼 자연스럽게 발효되는 데서 오는 멋이 무엇인지 선배님을 통해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