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북스마트' 배우 올리비아 와일드의 감독 데뷔작
2021-01-26
글 : 박정원 (영화평론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몰리(비니 펠드스타인)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 에이미(케이틀린 디버)와 함께 학창 시절 내내 아이비리그 진학을 위한 공부와 스펙 쌓기에 매진해왔다. 마침내 예일대에 합격하여 꿈을 이룬 몰리는 고등학교 마지막날, 믿기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도 예일대 가. 우린 공부 외에도 관심이 많았을 뿐이야.” 공부보다 노는 것에 열중하고, 도서관보다 파티장이 어울려 보였던 ‘잘 노는’ 친구들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명문대 입학을 앞두고 있었던 것.

공부와 놀기 두 가지를 동시에 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승부욕에 불타오른 몰리는 에이미와 함께 초대받지 못한 졸업 파티에 찾아가 마지막 밤을 미친 듯이 즐기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파티가 열리는 닉(메이슨 구딩)의 이모네 집 주소를 모르기 때문이다.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지 않다. 밤은 깊어만 가는데, 엉뚱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며 몰리와 에이미의 야심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

배우 올리비아 와일드의 감독 데뷔작 <북스마트>는 공부에만 매달렸던 두 우등생이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 참가하기 위해 나선 하룻밤 동안의 여정을 그려낸 하이틴 코미디 영화다. 두 주인공의 우여곡절을 다루기에 전반적으로는 몰리와 에이미 캐릭터가 영화의 중심축으로 기능하지만, 중간중간 불쑥 등장해 엉뚱하고도 유머러스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조연 캐릭터들 또한 주인공 못지않게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몰리와 에이미는 닉의 파티 이전에 다른 두개의 파티에 참가하게 되는데, 그 두 파티를 열고 있는 제러드(스카일러 지손도)와 조지(노아 갤빈)는 뚜렷한 개성으로 인상을 남기며 각기의 파티 시퀀스를 재미와 위트로 가득 채운다.

미워할 수 없는 괴짜 캐릭터 지지(빌리 로드) 또한 신 스틸러 매력을 뽐낸다. 결정적인 순간 두 주인공과 잊을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호프(다이애나 실버스)와 트리플 에이(몰리 고든)가 등장하는 장면 또한 흥미롭다. 친구는 아니지만 친구 같은 순간을 공유하는 고등학교 교장(제이슨 서디키스)과 교사(제시카 윌리엄스)도 빼놓을 수 없다. <북스마트>는 이처럼 다양한 인물들을 차례차례 등장시키며 두 주인공의 모험을 완성시켜나간다.

그렇다고 <북스마트>가 인물들의 코믹함이나 개성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중반부에서 고생 끝에 닉의 파티장에 도착한 몰리와 에이미는 각자 마음에 품고 있던 상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풋사랑의 설렘이 파티의 흥겨움과 섞여 유쾌하고 부드럽게 전개되다 이내 감정이 어긋나고 갈등이 고조되는 클라이맥스에 다다르게 된다.

이때 감정의 어긋남과 갈등의 고조를 표현하기 위해 와일드 감독은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하는데, 하나는 배경음악의 적극적 활용이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감독은 수영장신에서 인물이 처한 상황에 어울리는 감각적인 음악을 연이어 삽입하며 싱숭생숭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극대화한다. 다른 하나는 이후 클라이맥스에서 해묵은 감정으로 다투는 두 인물을 숏-리버스숏으로 나누지 않고 스테디캠을 통해 원숏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인물의 감정에 더욱 몰입함과 동시에, 이들을 둘러싼 배경까지 함께 바라보며 상황을 보다 극적으로 느끼게 된다.

이따금 투박하게 느껴지는 편집과 음악, 후반부 인물들의 오해와 갈등을 다루는 영화적 해결법의 안이함 등 만듦새에 있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스마트>는 Z세대 하이틴 버디 무비로서 분명한 존재감을 갖추고 있다. 시나리오와 연출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인데, 무엇보다 몰리와 에이미를 연기한 비니 펠드스타인과 케이틀린 디버의 환상적 호흡이 영화를 안정적으로 이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알맞게 소화한 조연배우들, 짧은 등장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하는 리사 쿠드로, 윌 포트 같은 베테랑 코미디 배우들 또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CHECK POINT

비니 펠드스타인

몰리 역을 맡은 배우 비니 펠드스타인은 배우 조나 힐의 여동생이다. 배우는 물론이고 감독으로서도 재능을 인정받은 오빠의 뒤를 이어 펠드스타인 또한 영화 <레이디 버드> <북스마트> 등을 통해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중이다. 펠드스타인은 <북스마트>로 제77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감독 올리비아 와일드

<북스마트>로 감독 데뷔한 올리비아 와일드는 영화 <트론: 새로운 시작>(2010), <그녀>(2013)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매력적인 배우이다. 와일드 감독은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보고 자란 <조찬 클럽>(1985),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 <클루리스>(1995) 등 하이틴영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4명의 작가

<북스마트>의 시나리오는 4명의 여성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에밀리 하펀과 사라 해스킨스의 초기 버전을 영화 <나를 차버린 스파이>의 감독·각본을 맡은 수잔나 포겔이 수정했고, 이후 제작 과정에서 영화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어쩌다 로맨스>의 각본을 쓴 케이티 실버먼이 합류해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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