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usic] 때로는 소년답게, 때로는 로맨틱하게 - 정세운 1st ALBUM 《24》 Part2
2021-01-28
글 :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자신만의 것을 지켜나가는 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좀처럼 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 많고 말 많고 그만큼 탈도 많은 K팝 신으로 고개를 돌리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그룹 하나 만들고 앨범 한장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입김이 돌고 또 욕망이 투영되는지. 그 욕망의 꼭짓점에 놓인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프로듀스 101> 출신 정세운의 존재는 그래서 눈에 띈다. 2017년 첫 EP 《Ever》를 발표한 뒤 차곡차곡 자신의 소리를 쌓아온 정세운이 4년 만에 첫 정규 앨범 《24》를 세상에 내놓았다. 24살이기도, 24시간이기도 한 앨범은 정세운이 스물넷 나이를 통과한 2020년 7월에서 2021년 1월에 걸쳐 두장으로 나뉘어 발매되었다. <Say yes>를 앞세운 Part1이 대중이 알고 있는 그의 모습 가운데 가장 팝하고 소년다운 이미지로 스타트를 끊었다면, Part2는 정세운의 보다 내밀한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다.

재지한 터치와 ‘How are you? I’m Fine’이라는 숨 쉬듯 편안한 인사로 시작하는 트랙 <:m (Mind)>으로 문을 여는 앨범은, 특유의 느긋한 무드를 지금까지 없었던 다소 어두운 분위기로 담아낸 타이틀곡 <In the Dark>를 지나 자연스러운 자신만의 스텝을 밟아 나간다. 반복되는 베이스/기타 리프와 그 위를 차분히 미끄러지는 정세운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Fine>, 로-파이 느낌을 살린 레트로 팝 <DoDoDo>, 시원하게 달려나가는 드라이브감이 좋은 <숨은 그림 찾기>, 정세운 특유의 뭉근한 로맨틱 무드로 편안하게 마무리되는 여섯 번째곡 <Be a fool>까지, 앨범은 온통 정세운만의 색채로 가득하다.

작곡에서 프로듀싱까지 지난 어떤 작품보다 깊숙이 앨범 제작에 관여하며 자신의 색을 비추려는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 테다. 세상 어디에도 없던 것처럼 새롭고 놀랍지는 않아도, 꼭 내 마음 같은 취향을 찾아 천지 사방을 헤매는 지금의 청자들에게는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갈 앨범이다. 취향의 정원에 한번 발 들여놓은 사람에게는 믿음직한 플래터가 무한 제공된다. 첫 정규 앨범이라는 큰 산을 넘은 싱어송라이돌, 아니 싱어송라이터 정세운의 도약이다.

PLAYLIST+ +

샘 김 《I AM SAM》

정세운의 음악은 스타일로만 보자면 아이돌 팝보다는 흔히 말하는 싱어송라이터 계열에 놓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정세운과 같은 <K팝스타> 출신으로 어쿠스틱 기타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팝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샘 김의 데뷔 앨범 《I AM SAM》과 정세운의 앨범을 이어 들어보자. 우리 안에 자리한 아이돌과 싱어송라이터 사이의 경계가 마구 흐트러지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종현 《Poet|Artist》

치열하고 자비 없는 K팝 신에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오로지 나만의 음악을 들려준 이가 누굴까. 종현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 된 《Poet|Artist》는 그 삭막한 풍경 속에서 조용히 귀를 막고 자신의 밑바닥을 들여다본 사람만이 길어낼 수 있는 고요가 넘실댔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쉽게 만날 수 없을 에너지를 가진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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