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침공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외계인 연구로 유튜브에서도 화제가 된 맹봉학 박사가 있다는 벙커에 8명의 인간이 모였다. 정작 이들을 구원할 맹봉학 박사는 보이지 않고, 이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한다. 이런 상황에 첫눈에 반했다며 썸 타는 젊은 남녀도 있고, 제대로 가입신청서 내고 정모도 나와야 멤버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불청객을 배척하는 인간도 있다. 그렇게 각색으로 모인 인간들은 갑작스런 외계인의 벙커 침투 이후 감염자를 색출하는 새로운 미션을 떠안게 된다.
정작 외계인은 나오지 않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유머로 승부하는 SF 코미디로, 스펙터클 없이 배우들의 말싸움으로 장르적 긴장감을 만들고자 하는 패기가 눈에 띈다. 그중에는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의 가장 유명한 장면을 대놓고 오마주한 신처럼 귀여운 순간도 있다. 제작비 2천만원으로 3일 만에 촬영을 끝낸 프로젝트임에도 오락성을 목표로 삼았다.
최은종 감독은 “저예산이라고 하면 어렵고 철학적인 내용이 많은데 그런 작품은 피하고 싶었다. 그냥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순발력 있는 연기로 각자의 캐릭터를 살린 조병규를 비롯한 배우진에도 주목할 것. 그 신에 필요한 정보만 들어가 있으면 연기자가 자신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는 대사로 유연하게 바꾸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도록 감독이 권장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