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승현(김동준)과 지아(김재경)는 우정과 사랑을 오가는 단짝 친구다. 언젠가는 자신의 엄마처럼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을 잃게 될 거라는 승현에게 지아는 힘이 되어준다. 그러나 지아가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하고, 승현은 제빵사의 꿈을 키워가며 두 사람의 사이는 소원해진다. 7년 후, 회사원이 된 지아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암이 재발하며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간 지아는 그곳에서 엄마(윤유선)와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어느덧 베이커리를 운영 중인 승현과도 오랜만에 재회하게 된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던 두 사람은 오해와 갈등을 거쳐 마침내 사랑을 확인하지만, 자신들에게 남겨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며 슬픔을 느낀다.
다큐멘터리, 광고 등을 연출해온 김정민 감독의 첫 장편영화 <간이역>은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와 삶의 마지막을 앞둔 여자의 사랑을 그려낸 멜로영화다. 아이돌 출신의 두 주연배우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고, 남원의 서도역 등 고즈넉한 풍경을 담아내는 영상미는 잔잔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과 시한부라는 두 가지 설정에 의존하는 영화는 평면적 인상을 벗어나지 못한 채 상투적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애절한 사랑을 그려내고자 한 노력은 엿보이나, 보는 이의 감성을 건드리기엔 부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