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더블패티' 촬영 현장을 가다
2021-02-18
글 : 조현나
사진 : 최성열
청춘들의 판 뒤집기
총 25회차 중 9회차를 맞은 이날 촬영에서는 우람과 현지가 처음으로 함께 식사하며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을 담았다. “술 따르면서 ‘드실 수 있겠어요?’ 하는 게 더 뻔뻔하거든요. 그 대사 이후에는 소맥이 딱 만들어져 있어야 해.”(백승환 감독) 오늘은 현지가 주도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요청에 따라 현지 역의 배주현 배우는 우람 역의 신승호 배우에게 능숙하게 소맥을 만들어주며 극중 둘 사이의 긴장감을 느슨하게 풀었다.

“첫 장편 데뷔작 <첫잔처럼>이 본격 안주 먹방 영화였다면 <더블패티>는 고열량 에너지 청춘 보고서라 할 수 있다.” <더블패티> 촬영 현장에서 만난 백승환 감독은 자신이 찍고 있는 영화를 이렇게 정의했다. ‘고열량 에너지 청춘 보고서’란 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질 때쯤, “청춘은 여러 의미로 언제나 배고픈 것 같다. 고달픈 청춘들이 든든하게 밥 한끼 먹고 그 힘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햄버거 패티 두장’을 의미하는 영화의 제목도 그런 의미에서 지었다고.

장맛비가 잠시 멈춘 8월의 여름날, 서울 용산의 한 술집에서 진행된 <더블패티>촬영을 지켜보며 백승환 감독의 연출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햄버거 가게 단골 손님인 우람(신승호)과 아르바이트생 현지(배주현)는 우연한 계기로 함께 술잔을 기울이게 된다. 마감시간 때마다 가게를 찾아 햄버거를 주문하던 손님과 그런 손님이 눈에 밟혀 남는 햄버거를 더 챙겨주곤 하던 점원에게는 타인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사연이 있다.

때로는 낯선 누군가와 맞부딪히는 술 한잔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기도 하는 법. 총 25회차 중 9회차를 맞은 이날 촬영에서는 우람과 현지가 처음으로 함께 식사하며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을 담았다. “술 따르면서 ‘드실 수 있겠어요?’ 하는 게 더 뻔뻔하거든요. 그 대사 이후에는 소맥이 딱 만들어져 있어야 해.”(백승환 감독) 오늘은 현지가 주도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요청에 따라 현지 역의 배주현 배우는 우람 역의 신승호 배우에게 능숙하게 소맥을 만들어주며 극중 둘 사이의 긴장감을 느슨하게 풀었다.

이번 신에서 현지와 우람은 전과 다르게 등장한다. “이전엔 현지가 조금 차가운 인물로 그려졌다면 이번 신에선 상대적으로 따뜻한 모습을 보인다. 또 이번 식사를 계기로 현지가 우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배주현) “우람은 다른 인물들을 만날 땐 좀더 강하고 드세게 행동할 때가 많다. 하지만 현지 앞에선 조금 풀어진다. 그런 우람의 순수함이 잘 드러나는 신이다.”(신승호).

2월 17일 개봉을 앞둔 <더블패티>는 고교 씨름왕 출신인 우람과 앵커 지망생인 현지가 꿈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우람은 부상으로 꿈을 잃고 방황 중이고, 현지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매일매일이 고단하기만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낙심하는 대신 든든하게 밥 한끼 챙겨 먹고, 그 ‘밥심’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방법을 택한다. 우람 역은 드라마 <에이틴>시리즈, <열여덟의 순간>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신승호가, 현지 역은 가수 레드벨벳 멤버인 아이린(배주현)이 연기한다.

<더블패티>는 영화 <첫잔처럼> <창간호> <큰엄마의 미친봉고> 등을 연출한 백승환 감독의 신작이다. 백승환 감독은 “청춘들에게 역경을 딛고 판을 한번 뒤집어보자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영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촬영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는데도 특유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신승호 배우가 “막내라 긴장감을 안고 임한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안정감을 느끼고”, 배주현 배우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편안한 현장 분위기 덕이 컸다.

타고난 감각으로

신승호 배우

백승환 감독은 신승호 배우를 두고 “대단히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배우”라고 말한다. “본능적으로 연기를 펼치는 걸 보며 ‘타고났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이처럼 몸 쓰는 감각이 좋고, 배우로 전향하기 전 축구선수로도 활동했던 신승호 배우가 고교 씨름왕 출신인 ‘우람’에게 몰입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선수 시절 내가 했던 고민을 우람도 하고 있더라. 곧바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신승호 배우는 선수들에게 직접 씨름을 배웠고 현장에서도 간식을 마다할 정도로 몸 관리를 철저히 했다. “경기를 할 때 상반신을 계속 노출해야 하다 보니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웃음)”

또한 신승호 배우는 우람의 감정의 밀도에 관해서도 고민했다. “우람은 친한 선배의 부재로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인물이다. 감독님은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온 인물’이라고 하시더라. 시나리오상으론 선배와의 전사가 잘 그려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람에게 쌓인 감정의 무게가 클 것 같았다.” 씨름팀 감독과 동료 그리고 현지까지, 우람은 많은 인물들과 계속 관계를 맺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우람은 강하게 비칠 때가 많지만 이성 관계에선 서툴다. 현지 앞에서는 긴장도 하고,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일 거다.”

차가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배주현 배우

배주현 배우는 처음 전체 리딩을 할 때 ‘나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반복해서 읽었고 무엇보다 캐릭터 분석에 중점을 뒀다.” 앵커를 지망하는 현지를 연기하기 위해 아나운서 코칭을 받고, 직접 뉴스를 보며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고를 읽을 때도 장음 등 체크할 요소가 많더라. 또 앵커 연기를 위해 묵직한 톤이 필요한데 원래 내 목소리 톤과 달라서 처음엔 좀 힘들었다. 원고를 읽는 것도 나중엔 조금 수월해졌는데, 처음에 ‘안녕하십니까’ 하고 운을 떼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훈련이 평소 말하거나 인터뷰할 때 도움이 많이 됐다.”

<더블패티>가 첫 영화 출연작인 배주현 배우는 “처음엔 걱정이 많았는데 모니터링도 틈틈이 할 수 있고, 감독님과 자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안도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백승환 감독은 배주현 배우가 “다년간의 무대 경험으로 몸을 쓰고 소리내는 방식이 잘 훈련된 배우”라며 “그래서인지 습득력이 빠르다”고 말한다. “현지는 차가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이다. 또 자기 일을 할 때는 열정적이고. 그런 현지에게 온전히 집중해 촬영에 임하고 있다. 앞으로 촬영에서 현지가 어떻게 그려질지 나 역시 궁금하다.”

“배우와 캐릭터의 경계가 모호한 순간, 오케이를 외친다”

백승환 감독

“장마의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때로 제약이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간 장마로 촬영이 쉽지 않았겠다는 질문에 다수의 현장 경험이 묻어 있는 백승환 감독의 답변이 돌아왔다.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언론고시를 준비한 바 있는 백승환 감독은, 자신의 지난 경험을 극중 앵커 지망생인 현지의 삶에 녹여냈다. “전현직 아나운서들에게 조언도 많이 구했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앵커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설정했다.” 반대로 우람은 좀더 직관적인 인물로 그렸다. “실제 씨름 선수들을 만나 인터뷰해보니 국가대표도, 프로리그도 없어서 생계를 위해 다른 직종을 따로 준비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런 현실까지 반영해 현지와 우람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다.”

이날 촬영에서 백승환 감독은 배주현 배우에게는 “적극적으로 리드하기”를, 신승호 배우에게는 “귀엽기”를 요청했다. “현지를 기존 계획보다 더 당찬 인물로 설정했다. 신승호 배우는 다른 출연작과 달리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와 캐릭터의 경계가 모호한, 더 자연스러운 순간에 오케이 사인을 외친다”는 백승환 감독은 이날 현장에서도 최고의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배우들의 작은 움직임에 오롯이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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