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에는 인간의 몸도 해킹할 수 있을까? 만일 그러한 기술이 범죄에 악용된다면? <포제서>는 이러한 도발적인 상상을 SF 장르 속에서 풀어낸다. 비밀암살조직 포제서는 요원을 직접 작전 현장에 투입하지 않는다. 대신 타깃 주변 인물의 몸에 요원의 의식을 심고 몸을 조종해 암살을 수행한다. 새로운 의뢰를 받은 포제서 요원 타샤 보스(안드레아 라이즈버러)는 타깃을 제거할 콜린 테이트(크리스토퍼 애벗)의 신체에 접속하지만 사라져야 할 콜린의 의식이 자꾸만 꿈틀거린다. 불길한 징조를 애써 무시한 채 타샤는 비밀스러운 암살 임무에 돌입한다.
<포제서>는 암살을 소재로 한 기존 영화들과 다른 매력을 소구한다. 은밀한 잠입과 호쾌한 액션은 없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점차 요동치는 인물의 심리묘사가 흥미를 보탠다. <포제서>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분위기는 이질감이다. 기계 조작으로 쉽게 몸뚱이를 해킹하는 사이버펑크 세계관에서 냉병기로 살인한다는 역설만큼이나 이 영화엔 상충하는 설정들이 눈에 띈다. 여성 요원이 남성의 몸에 접속하는 것처럼 <포제서>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맞대면서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지속한다. 기발한 세계관, 타인의 몸에 접속하는 과정을 전위적으로 표현한 시도가 돋보인다. 하지만 서사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잃고 느슨해지는 지점이 잦아 아쉽다.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이 적나라하니 관람에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