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usic] 청량한 가요의 맛 - 온앤오프(ONF) 《ONF: MY NAME》
2021-03-11
글 :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K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청량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청량을 애써 눈앞에 들이밀어도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시큰둥하기 일쑤다. 청량은 카리스마를 보여주기도, 요즘 대세인 팝적인 세련됨을 보여주기도 쉽지 않은 의외로 까다로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온앤오프는 그런 정해진 고난의 길을 기꺼이 구도자의 자세로 걸어온 그룹이다. 그 침묵의 여정은 <Complete>와 <사랑하게 될 거야> <스쿰빗스위밍> 등이 온통 뒤섞인 채 온앤오프와 청량 사이의 보이지 않는 암묵적 동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ONF: MY NAME》은 그런 온앤오프의 첫 정규 앨범이다. 우회하지 않으리란 건 예상했지만 앨범은 생각보다 훨씬 흔들림 없는 직구로 승부한다. 데뷔 앨범 《ON/OFF》부터 4년간 호흡을 맞춰온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황토벤’ 황현과의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호흡은 《ONF: MY NAME》을 사로잡은 가장 강력한 기운이다.

황현을 필두로 한 작곡가 그룹 모노트리는 해외 작곡가를 중심으로 한 송캠프 그리고 그를 유연하게 담아내는 A&R의 기획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장 앞에 드리워진 휘장을 거칠게 걷어젖히고 들어와 한번도 변한 적 없는 토종의 뚝심을 테이블 위에 야심차게 늘어놓는다. 인트로나 타이틀곡 전의 ‘깔고 가는 곡’ 같은 술수 하나 없이 짧은 들숨과 함께 ‘빰빰 빰빠밤빠밤 빰’이라는 강렬한 구령으로 시원스레 문을 여는 앨범은 <비밀> <The Realist> <누워서 세계 속으로>같은 온앤오프와 모노트리만의 청량을 넓게 펴 바른 가요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 ‘가요’다.

《ONF: MY NAME》이 가진 가장 큰 미덕 가운데에는 한국 아이돌 팝이 K팝으로 치환된 이후 우리가 잊고 살던 가요 감성의 미덕이 있다. 멤버를 장난스럽게 소개하는 <My Name Is>, 90년대 유행한 R&B 발라드를 떠오르게 하는 <온도차>, 요즘 유행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아닌 세기말 밀레니얼 그 자체를 떠오르게 하는 마지막 발라드 <I.T.I.L.U>까지 주옥같은 순간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확실히, 과거의 맛은 청량과 썩 잘 어울린다. 오랜만에 만나는 깔끔한 토종의 맛이다.

PLAYLIST+ +

골든차일드 《YES.》

울림엔터테인먼트는 이제는 드물어 귀해진 이 토종적 감각을 잊지 않은 대표적인 레이블이다. 세월을 따라 부르는 목소리만 달라질 뿐 울림의 음악 안에 담긴 감성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그대로다. 선명한 멜로디, 꼬인 데 없는 노랫말, 한참 달린 끝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는 서늘한 바람에 밀려오는 벅차오름. 골든차일드의 다섯번째 미니 앨범 《YES.》는 시류를 슬쩍 의식한 타이틀곡 <안아줄게>를 필두로 이 모든 울림의 특성을 지금의 시간대로 승화시킨다.

카라 《STEP》

온앤오프와의 황금 케미로 K팝계의 베토벤, 즉 ‘황토벤’이 된 황현은 모노트리 이전 또 다른 작곡가 그룹 스윗튠과 함께했다. 특유의 가요적 어프로치와 더이상 누를 수 없을 데까지 꽉꽉 눌러담은 터질 것 같은 소리로 가득 찬 카라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치 명절 고향집을 찾은 듯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것이 K팝이 아니면 무엇이 K팝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