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스파이의 아내' 극장판으로 재탄생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NHK〉 스페셜 드라마
2021-03-23
글 : 김소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8K로 찍은 <NHK> 스페셜 드라마이자 첫 번째 시대극이 극장판으로 재탄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파이의 아내>는 스파이 장르, 그리고 영화 만들기라는 비밀과 거짓의 무대에서 구로사와 기요시가 펼치는 진실 게임이다.

태평양전쟁 직전인 1940년, 고베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남자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의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는 전쟁 상황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평화로운 생활을 꾸리고 있다. 사토코의 삶은 유사쿠가 연합국의 스파이가 되려 하며, 만주에서 일본군이 자행하는 끔찍한 생체 실험을 고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험에 처한다. 남편을 지키려는 사토코에게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헌병대 대장인 야스하루(히가시데 마사히로)가 나타나 유사쿠를 의심하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TV드라마 포맷에 맞춘 촬영구도와 편집의 리듬감이 도드라지는 한편 장면이 쌓일수록 구로사와 기요시의 인장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끝내 인상을 압도한다.

의심과 집착, 발각의 모티프를 둘러싼 스파이 장르의 긴장감을 표면에 머금은 채 영화의 저류에서 강하게 소용돌이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인물의 심리 그 자체다. 구로사와 영화에서 예의 그렇듯 타인의 진의와 실체를 놓고 불안은 극대화된다. 서스펜스, 미스터리적 어법에 멜로드라마를 접목시키는 감독의 인장 또한 최근작 중 가장 빛난다. 아마추어 영화감독을 자처하는 유사쿠의 행위를 중심으로 흑백의 필름 이미지가 활용되는 방식 또한 기이한 아름다움과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존재의 불확실성에 대한 탐구, 전쟁의 역사를 빌려 일본의 위기를 넌지시 살피는 거장의 손길이 실로 우아하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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