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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시사 첫 반응- 설경구 X 변요한의 경쾌한 썰전, 이준익 감독의 담백한 연출
2021-03-22
글 : 이주현
글 : 김현수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의 신작 <자산어보>는 1814년 정약전이 쓴 조선시대의 어류학서 <자산어보>의 탄생기를 다룬 영화다. 시대 배경은 순조 1년, 신유박해로 인해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설경구)이 어부인 창대(변요한)를 만나 벗이 되어 책과 실용, 삶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깊이 천착하게 되는 영화다. 유배당한 사대부와 출세를 꿈꾸는 청년의 우정 속에서 21세기의 현대 관객들이 길어 올릴 수 있는 주제나 고민해봐야 할 삶의 문제가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로 깊고 그윽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 세대 간의 갈등 등 일관된 정서와 주제를 내세우고 있는 이준익 감독의 두번째 흑백 영화, <자산어보>의 시사 첫 반응을 전한다.

이주현

이준익 감독의 시대극 계보에 추가될 또 한편의 영화 <자산어보>는 흑백영화의 멋을 한껏 두르고 역사 속 인물들의 미시사에 집중한다. 이야기의 큰 뼈대는 정약전(설경구)이 바다생물을 훤히 꿰뚫고 있는 청년 창대(변요한)의 도움을 받아 유배지 흑산도에서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과정이다. 창대는 대체 왜 양반이 비린내 나는 물고기의 이모저모를 궁금해하는지 의아해하는데, 영화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물에 관심을 두는 정약전에게서 실용의 진정한 의미를 읽어낸다.

실용적 영화 찍기의 대가인 이준익 감독의 표현법은 정확하고 담백하다. 여백의 미를 살린 풍경에 더해 홍어, 가오리, 문어에 거대한 돗돔까지 바다향기 가득한 생물(과 그 요리)의 등장이 영화를 맛깔나게 만든다. 뭉근한 유머부터 진지한 순간까지 설경구의 넓고 깊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가거댁으로 출연하는 이정은의 탁월한 농담(濃淡) 조절 연기엔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김현수

<자산어보>는 책과 현실, 이론과 실전, 사상과 정치, 철학과 과학 등 서로 다른 생각끼리의 액션과 리액션으로 이뤄진 영화다.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책으로는 기록할 수 없는 경험이야말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넌 책을 왜 읽냐?" 라고 유배 살이하던 학자 정약전(설경구)이 대뜸 묻자, "사람 구실 하려고요." 라고 퉁명스럽게 답하는 상놈(?)의 어부 창대(변요한)가 답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듯 영화는 서로 다른 신분과 삶의 태도를 지닌 두 인물의 충돌을 시종일관 경쾌한 리듬에 실어 묘사한다.

조선 땅에서 실체가 행방불명된 성리학의 근간을 찾아 나서는 창대의 여정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 한국 사회의 끔찍한 문제들도 마주할 수 있다. 신유박해로 인한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세 형제의 죽음과 유배라는 무거운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영화가 다다르는 끝은 결코 우울하지 않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이면서 동시에 <자산어보>와 마찬가지로 흑백영화인 <동주>와 비교하면, 이 영화는 흑보다 백의 메시지에 집중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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