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넘치는데 한 페이지만 늘릴 수 있을까요?” “이 기사는 사진을 더 시원하게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마감 때마다 <씨네21> 편집부 구성원들과 나누는 대화다. 기사를 작성하는 건 시작에 불과할 뿐, 한권의 잡지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구성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교열과 편집과 데스크를 거쳐 기사를 출고하면 디자이너가 글과 사진을 지면에 배치하고 교정지를 인쇄해 취재, 사진, 편집팀이 번갈아 검토한 뒤 편집장의 오케이 사인을 받는다. 신기한 점은 최종적으로 교정지를 검토할 때와 완성된 책을 보는 느낌이 또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잡지 마감이 끝나는 목요일 밤이 아니라 인쇄가 완료된 책을 받아보는 금요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한주의 업무를 마무리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잡지 제작을 경험하기 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공동 작업의 신묘한 매력이라고 할까.
영화 스탭들의 제작기에 흥미를 느끼는 까닭도 비슷하다. 연출, 제작, 촬영, 미술, 의상, 편집 등 수많은 제작진의 기여로 완성되는 영화라는 공동의 예술은 어떤 스탭의 시선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그 매력을 달리하는 존재다. 때문에 드물게 출간되는 영화 제작 과정에 관한 책을 볼 때마다 1시간 남짓한 매체 인터뷰에서 미처 캐치하지 못한 영화의 비밀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흥미로우면서도 이 재밌는 책들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특히 촬영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이번호 특집과도 연관이 있는 <촬영감독이 묻고 촬영감독이 답하다> 시리즈를 추천한다. 동시대 촬영감독들의 영화적 고민과 작업 과정, 기술적 성취를 살펴볼 수 있는 기록을 꾸준히 남겨야겠다는 취지로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에서 만든 이 책은 촬영감독들이 투표를 통해 해마다 영화 촬영 부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촬영감독들을 선정하고, 다른 촬영감독들이 그들의 인터뷰어로 나서 세세한 작업 과정을 들려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최근 한국영화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는 ‘뉴웨이브 촬영감독’으로 이번호 특집에 소개한 여섯 촬영감독들- <소울메이트> <벌새>의 강국현, <야행> <소리도 없이>의 박정훈, <지옥> <승리호>의 변봉선, <조제> <콜>의 조영직, <킹메이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조형래, <보건교사 안은영> <범죄도시>의 주성림- 또한 이 책에 한번 이상 소개된 적이 있는 이들이다. 때로는 배우의 시선으로, 때로는 편집자와 스토리텔러의 입장이 되어 영화의 룩을 고민하고 구현해내는 촬영감독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기술에 대한 숙련된 스킬뿐 아니라 뛰어난 순발력과 직감, 인문학적인 깊이 또한 촬영감독의 중요한 자질임을 깨닫게 된다. 이번 특집 기사에서 촬영감독에 대한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