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안마방, 룸살롱 가는데 공금 횡령해도 공직자 결격 사유 아니라는 영진위
2021-04-14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영화진흥위원회, 김정석 사무국장의 과거 횡령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조사 결과 발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과거 횡령 혐의로 부적격 인사 논란을 겪고 있는 김정석 사무국장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영진위는 "지난 3월 9일 외부위원 2인을 위촉하여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관해 관련자(단체)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과거 김정석 사무국장의 국고 횡령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그가 받고 있는 횡령 혐의가 영진위 사무국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2월 말 <씨네21>은 김 사무국장이 2005년 전북독립영화협회(이하 전북독협) 사무국장 시절 전북독협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이후 2010년 인천영상위원회의 저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선정작 <친애하는 나의 가족 여러분!>의 프로듀서 시절 지원금 1억원 중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연달아 보도한 바 있다.

우선 김씨가 2005년 전북독협 사무국장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그로 인해 3500만원의 사업비를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 영진위는 "일부 부적절한 지출이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국고 횡령은 아니므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사무국장이 "당시 전북독협 이사장이 정한 변제액을 이사장의 개인 통장에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 문제가 된 법인카드 지출은 ‘아시아문화동반자사업’이 진행(2006년 4월 1일)되기 이전의 기간 동안(2005년 10월29일부터 2006년 3월19일까지) 사용한 것이라 국고횡령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친애하는 나의 가족 여러분!>의 제작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도 영진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 사무국장이 인천영상위원회로부터 받은 지원금 전액을 돌려주었고, 제작이 도중에 중단되며 지원금의 정산 과정이 필요한 절차가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스탭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영진위는 “제작이 중단된 상황이라 급여 미지급 및 손해배상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청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제작사 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이는 민사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 조사위원회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당시 <친애하는 나의 가족 여러분!>의 라인 프로듀서인 나모씨가 김정석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영진위의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영화계에서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는 “김정석 사무국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게 3월 초인데 한달이 지나고서야 발표한 결과치고 조사 결과, 내용, 방법, 조사위원 구성 등 여러모로 아쉽다”며 “이 또한 공적인 업무니 특히 외부 조사위원 두 명이 누구인지도 공개되어야 하고, 조시돈 전 전북독협 이사장, <친애하는 나의 가족 여러분!> 라인 프로듀서 등 사건 당사자에 대한 조사가 성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국영화산업노조는 "영진위 직원이 포함된 진상조사위를 꾸리기 보다, 영화계를 비롯, 외부인사로만 조사위를 구성하여 의혹제기에 대해 검증하는 과정"이 있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또 노조는 횡령 혐의에 대해 "전북독협 사업을 위해 지출"했다는 당사자의 진술과 달리 "용처가 부적절하고 집행과정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라며 "부적절하게 사용된 금액을 '환입'한 내역, 국고횡령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막중한 역할이 부여된 사무국장에 대해 '업무 수행하는 데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라면, 최소한 어떤 문제상의 부적절한 용처와 집행과정상의 문제가 있었는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씨네21>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영진위의 조사 결과는 몇가지 의문점을 남긴다. 먼저 국고 횡령에 관한 건이 그렇다. 2005년 당시 전북독협 이사장이었던 조시돈씨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사용한 법인카드가 “아시아문화동반자사업 지원금과 무관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조 전 이사장은 “2005년 10월 전주국제영화제가 2006년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아시아문화동반자사업을 수주 받았고, 전북독협이 그 사업을 시행하기로 결론이 나서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전북독협의 사단법인화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당시 전북독협에서 활동했던 또다른 관계자도 “김정석씨가 법인카드를 썼던 당시 이미 사업이 시작돼 준비하고 있던 상태였다. 아시아문화동반자 사업이 4월1일 시행됐다고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문체부에 제출하고, 그걸 바탕으로 예산안이 편성된 뒤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곤 한다”며 “그러니까 4월1일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나를 포함해 통역까지 전북독협에 합류한 것도 사업이 이미 준비,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진위가 "일부 부적절한 지출"이라고 표현한 김정석 사무국장의 전북독협 법인카드 내역서를 <씨네21>은 단독으로 입수했다. 내역을 살펴보니 김정석 사무국장이 지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왜곡된 내용,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며 “룸살롱이나 안마시술소에 간 게 아니라 단란주점에 간 것”(<씨네21> 1295호 포커스 ‘현안 산적한 영진위, 부실한 인사검증 도마에’ 중)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카드 내역서에 따르면 김씨는 전북독협의 법인카드로 안마시술소, 단란주점, 룸살롱, 나이트클럽 등 여러 유흥업소에서 10차례 이상 결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영진위는 이를 사무국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친애하는 나의 가족 여러분!>의 제작 지원금 횡령 혐의와 관련해서도 의문은 남는다. <씨네21>은 1296호 '영진위 사무국장의 공적 자금 횡령 의혹,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에서 영화가 제작 중단되고 스탭들이 인건비를 받지 못한 채 해산한 뒤인 2010년 6월22일 김정석 사무국장이 테스트 촬영을 명목으로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급했고, 이것이 "제작 진행과는 무관한 비자금의 증거"라는 라인 PD의 말을 보도했다. 이번 영진위의 조사 결과에서 해당 내용에 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친애하는 나의 가족 여러분!>의 라인 프로듀서이자 회계를 맡았던 나모씨는 "사무실을 빌려줬을 뿐 영화의 제작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는 제작사 대표가 '급여 미지급 및 손해 배상금' 청구에 응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는 영진위의 해명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이어 그는 "‘관련 당사자들에게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하는 등 공정한 조사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공언과 달리 영진위는 주요 당사자 중 하나인 내게 사실 확인을 요청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영진위의 사실 관계 확인 조사 결과에 관한 사건 당사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물음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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