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서복' 공유와 박보검 두 스타 배우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이용주 감독의 신작
2021-04-21
글 : 이주현

<서복>은 공유와 박보검 두 스타 배우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고, 동시에 <불신지옥>(2009)과 <건축학개론>(2012)의 이용주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우선 이용주 감독의 영화 세편은 쉽게 하나로 꿰어지지 않는다. 비뚤어진 욕망, 맹신, 구원을 테마로 한 공포영화 <불신지옥>은 이용주 감독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매끄러운 연출력을 증명한 그해의 데뷔작이었다. 두 번째 영화 <건축학개론>은 관객을 알싸한 첫사랑의 기억에 빠져들게 만든 작품이자 이용주 감독의 이름을 대중에 제대로 각인시킨 영화였다.

공포와 멜로에 이은 이용주 감독의 세 번째 선택은 SF. 장르로만 보면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널뛰는 듯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서복>은 <불신지옥>의 욕망과 구원의 테마를 확장하고 있으며 <건축학개론>이 보여준 동행의 관계(함께 집을 짓고 함께 건축학개론 수업을 들으며 동네를 탐방하는)를 이어받고 있다.

<서복>은 대한민국에서 비밀리에 진행 중인 복제인간 프로젝트가 성공을 앞두고 있는 와중에 책임 연구원이 표적 테러를 당해 죽는 것으로 시작된다. 비밀 프로젝트가 노출되자 정보국이 발빠르게 움직인다. 뇌종양으로 시한부를 선고받고 고통 속에 살아가던 전직 정보국 요원 민기헌(공유)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일을 제안받는다. 임무 수행의 대가는 임상실험의 기회를 갖는 것. 하지만 죽음을 앞둔 기헌과 죽지 않는 복제인간 서복의 동행은 순탄치 않다. 인류의 구원이자 재앙이 될 수 있는 서복을 손에 넣으려는 여러 세력이 이들을 뒤쫓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서복과 기헌은 각자의 고통을 들여다보게 된다. 기헌은 숙명적 죽음 앞에서 본능적 두려움을 느끼는데, 그것은 곧 서복이 만들어진 이유와 상통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공평한 사실. 이 절대 전제를 깨기 위해 서인그룹은 서복을 탄생시켰다. 서복의 체내 세포로 인간의 질환을 치료해 죽음을 정복하려는 목적이다. 그들에게 서복은 그저 도구이고 실험체다. 반면 국가는 서복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서복을 제거하려 한다. 정보국 안 부장(조우진)은 말한다. “언젠가는 삶이 끝난다는 그 두려움이 삶의 의미를 추구하게 만들죠. 하지만 그 끝이 없어진다면, 인간은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고 남는 건 욕망뿐입니다. 무한한 삶에선 욕망도 무한해지고 갈등도 무한해질 겁니다.” 그렇기에 서복은 무조건 없애야 할 존재다.

<서복>이 던지는 질문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복제인간이나 AI와 같이 인간이 만든 인간을 닮은 피조물의 이야기는 그간 숱하게 창작되어왔다. 가깝게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나를 보내지 마>와 그것을 원작으로 한 영화 <네버 렛 미 고>(2010)가 복제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다뤘고, 마이클 베이 감독 또한 <아일랜드>(2005)에서 인간의 무한한 욕망으로 탄생한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화려한 액션에 버무린 바 있다. 그보다 앞선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와 그 원작인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등 복제인간을 소재로 철학적 사유를 경유하는 작품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복>만의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인가. 그 답을 발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서복과 기헌이 서로의 구원자가 되어주는 서사 자체엔 순수한 힘이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전반적으로 너무 많은 요소들을 얼기설기 엮은 모자이크화 같다는 인상을 풍긴다. 장르적으로도 SF와 드라마와 액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배우들의 경우, 공유와 박보검의 조합은 시선을 끈다.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겉으로 보면 전혀 위협적이지 않고,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초월자적 아우라까지 풍기는 서복과 박보검의 이미지는 어렵지 않게 매칭된다. 공유 역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캐릭터를 맡아 열연한다. 이외에도 조우진, 장영남, 박병은 등이 출연한다. 4월 15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다.

CHECK POINT

‘서복’이라는 이름

캐릭터의 이름이자 영화의 제목인 서복은 불로장생을 꿈꿨던 진시황의 명에 따라 불로초를 구하러 바다로 떠났던 사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불사의 꿈을 안고 길을 떠난 고대 인물의 이름을 죽지 않는 존재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다. 클론의 이름치고는 정감 있는 작명이다.

화려한 스탭

대한민국 최고의 스탭들이 <서복>에 모두 모였다. 촬영은 <군함도> <아수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모개 촬영감독이 맡았고, 미술은 <기생충> <독전> <도둑들>의 이하준 감독이 담당했다. <남산의 부장들> <택시운전사>의 조영욱 음악감독, <승리호> <아가씨>의 조상경 의상감독 등 이용주 감독의 표현대로 최고의 “드림팀”이 꾸려졌다.

영화의 공간

이용주 감독은 <불신지옥>과 <건축학개론>에서 건축학과 출신의 재능을 뽐낸 바 있다. <서복>에도 특별한 공간이 등장하는데, 서복이 생활하는 실험실이다. 서인그룹의 실험실은 조선소 안의 대형 선박 안에 차려져 있다. “일종의 방주”인 선박 실험실은 내부의 디자인보다 아이디어 자체가 흥미롭다. 비일상적 밀실의 공간과 대조되는 일상의 야외공간(시장, 바닷가, 성당 등)이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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