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사고 이후 모든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수진(서예지)은 남편 지훈(김강우)의 세심한 보살핌 덕에 점차 건강을 회복한다. 집으로 돌아온 수진은 아파트에서 마주친 이웃 주민들의 위험한 미래를 내다보기 시작한다. 자신의 갑작스러운 예지 능력에 당황한 수진은 지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함께 병원도 찾아가보지만 그저 환영일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 채 하루하루를 보내던 수진은 우연히 길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옛 직장 동료(염혜란)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간 지훈이 말해주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전해 듣게 된다. 한편 건축 자재 도난 사건을 수사 중이던 형사들이 수진을 찾아와 뜻밖의 이야기를 꺼낸다. 혼란에 빠진 수진은 남편 지훈을 의심하고, 이에 지훈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내일의 기억>은 기억을 잃은 뒤 미래를 보게 된 여자가 남편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로, <외출> <행복> <덕혜옹주> 등의 각본을 쓴 서유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전체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구조 안에서 작동하지만 후반부로 접어들며 멜로에 보다 집중하는데, 이같은 전개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촬영, 미술, 연기 등 전반적 만듦새가 나쁘지 않지만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만의 재미를 이끌어낼 치밀한 짜임새를 갖추지는 못한 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