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18일 대한민국 광주에서 신군부 세력에 의해 시민 7천여명이 무참히 희생되고 있을 때,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국가 폭력으로 3만여명의 시민들이 한순간에 실종자가 된다. 지구 정반대에 위치한 이 두 도시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역사적 비극을 겪었다. 아니, 여전히 겪고 있는 중이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1980년 전후로 비슷한 비극적인 역사를 경험한 두 도시,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잇는 고고학적인 다큐멘터리다. 임흥순 감독은 계속해서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에 대해 조명해왔다. 이번엔 광주 5·18 민주화항쟁이다. 비교군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역사를 영화에 끌어들인다. 2채널 영상 설치 작품이었던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두 도시의 이야기를 각각의 스크린에 담아 거울처럼 마주 보게 했다. 영화에선 두 도시가 마주 보는 것을 넘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는 듯한 몽타주를 선보인다. 흑백 화면 사용은 이를 더 극대화하는 영화적 장치가 된다. 공간의 공유는 다름 아닌 아픔의 공유를 의미한다.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래 세대가 이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두 도시의 학생들은 크로마키 스크린 앞에서 가상현실(VR) 공간으로 서로의 도시에 접속하며 경계를 허물고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감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