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허5파6 작가가 쓰고 그린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
2021-05-05
글 : 김소미

처음부터 끝까지,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계를 본다. 허5파6 작가가 쓰고 그린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아이들은 즐겁다>는 원작이 갖고 있던 순수한 감수성, 어린이들의 정서를 대하는 섬세한 결을 그대로 살려냈다. 영화는 9살 소년 다이(이경훈)가 아빠와 단둘이 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시작된다. 바쁜 아빠와 동행하는 대신 혼자 버스를 타고 병원에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가고, 전학 첫날에도 혼자 학교로 걸어가는 다이는 짐짓 퉁명하고 무던한 얼굴로 외로움을 견딘다.

새로 만난 다정한 선생님과 마음씨 좋은 친구들 사이에서 안심하는 한편, 다이는 아픈 엄마와 곧 이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친구들의 지원에 힘입어, 다이는 9살 인생 최초로 전 재산을 털어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떠난 엄마를 만나러 여행을 시작한다.

어린이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스크린 속 동심은 자주 대상화의 함정에 빠진다. 아이가 보여주는 순수하고 맹목적인 마음의 크기가 냉정한 어른을 감화시키는 요소로 기능하거나 성인 관객의 노스탤지어를 부르는 창구로 사용되는 경우다. 이 지점에서 <아이들은 즐겁다>는 연출력을 과시하지도, 과장된 드라마투르기를 휘두르지도 않은 채 ‘아이다움’에 대해 진솔하게 풀이하는 미덕을 보여준다.

또래보다 일찍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소년 다이에게 애틋한 마음이 들다가도 자신에게 찾아온 아픔만큼 세상의 재미에도 금세 반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어느새 다시 웃음이 인다. 5인5색의 유년기를 보여주는 다이와 친구들의 에피소드 또한 세상의 온갖 자극을 투명하게 흡수해가는 어린이의 상태를 담백히 펼쳐낸다. 시나리오 없이 촬영을 진행해 롱테이크에 녹여낸 어린이 배우들의 호흡이 생생하며 이상희, 윤경호, 공민정 등 성인 배우들의 호연도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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