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배드 헤어> ‘욕망’에 대해 말하는 저스틴 시미언의 두 번째 장편영화
2021-05-05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1989년의 로스앤젤레스, DJ를 꿈꾸던 애나(엘르 로레인)는 자라나 지역의 음악 채널 ‘컬처’에서 일하게 된다. 타고난 곱슬머리와 두피의 흉터는 그녀의 고민거리로, 아무리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내도 승진에서 밀리는 것은 외모 탓이 크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전무 조라(버네사 윌리엄스)가 등장하며 애나의 일상이 바뀐다. 혁신을 외치는 그녀가 애나를 기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업계 사람들의 기대치에 맞춰 외모에 신경 써야 한다며, 조라는 애나를 고급 헤어살롱에 추천한다. 고민 끝에 생머리를 붙이게 된 애나,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워지지만 끔찍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사람들을 해치기 시작한 것이다.

저스틴 시미언의 두 번째 장편 <배드 헤어>는 ‘욕망’에 대해 말하는 호러영화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야망이 금지된 영역과 만날 때,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영화는 되묻는다. 처음부터 <겟 아웃>(2017)의 ‘블랙 호러 르네상스’를 목표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장난스러움과 공포를 결합시키고, 인종차별적 스릴러를 뒤섞으며 저돌적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좀더 사회적이고 엄숙한 결말에 도달한다.

‘설화’를 이용한 구조적인 접근은 내러티브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크라운 법안’이란 차별금지법을 겨냥한 주제는 다소 실용적이다. 무섭기보다는 진지한, B급 공포영화의 동화적인 분위기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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