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의자 좀 옆으로 갖다붙여 앉아야~.” 이번호에 소개한 최성열 사진기자의 아카이브 기사는 11년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독립영화 막걸리 파티의 한순간을 조명한다. 예상보다도 훨씬 많은 인원이 몰려드는 바람에 종업원들이 이동할 자리도 없어 주인아주머니의 구수한 타박을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옆 사람의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촘촘히 끼어 앉아 다 함께 ‘건배’를 외치던 사진을 보며 인산인해였던 영화제의 밤 풍경은 이제 정말로 아득한 과거가 되어버렸구나 싶다.
해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공식 데일리를 발행해온 <씨네21>의 마감 풍경 역시 코로나19와 함께 바뀌었다. 정상 개최를 선언한 올해의 전주국제영화제는 팬데믹 이후 기자들이 가장 오랫동안 현장에 머문 영화 축제이기도 했는데, 온라인 데일리팀으로 참여한 김성훈·조현나·남선우 기자, 최성열 사진기자를 대면한 횟수가 손에 꼽는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낮에는 각자의 공간에서 취재와 마감을 하고 저녁 식사도 인원 제한으로 따로 또 같이하는 영화제의 풍경은 1년이 지나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김성훈 기자가 각자의 숙소 방문을 두드리며 사식처럼 넣어준 당근 김밥을 씹으며 잠시 “의자 좀 옆으로 갖다붙여” 앉을 권리를 마음껏 누렸던 날들을 생각해보았다.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느슨하게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은 올해의 전주에서 만난 적지 않은 영화들을 관통하는 정서였다. 1인 가구가 마주한 고독과 불안을 들여다보는 <혼자 사는 사람들>, 삶의 전환점을 마주한 이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반려식물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보듬는 <식물카페, 온정>, 무심한 말 한마디가 야기할 수 있는 관계의 변화를 조명하는 <성적표의 김민영>, 모든 만남이 화상으로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된 시대, 국경을 넘나들며 대면 만남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웃사이드 노이즈>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데일리 기사를 읽으며, 팬데믹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대의 외로움과 불안의 정서가 어느덧 독립영화를 만드는 국내외 창작자들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까워질수록 거리감을 느끼고, 멀어질수록 서로에게 닿길 원하는 세계 속에서 영화는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올해의 전주국제영화제가 남긴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