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이원석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이혁상 디아스포라영화제 프로그래머 - 경계를 지우다
2021-05-21
글 : 조현나
사진 : 백종헌
이혁상, 이원석(왼쪽부터).

“이만큼 작지만 알찬 영화제도 없다. (웃음)” 인터뷰 시작 전부터 이원석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이혁상 디아스포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올해 9회를 맞이한 디아스포라영화제는 5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CGV인천연수점에서 개최된다. 30개국 58편이 상영되며 이중 18편은 여성영화 전문 OTT 플랫폼 퍼플레이에서도 볼 수 있다.

올해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에 새로 취임한 이원석 감독은 “난민, 외국인, 성소수자의 이야기에 주목한다는 방향성을 잃지 않고 영화제가 계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이혁상 프로그래머는 “보다 많은 관객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철저하게 방역을 준비 중”이라고 영화제 개최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영화제 개막이 코앞이다.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

이혁상 모두 임시사무국으로 이사해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상황에 훈련이 되어 있어서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원석 감독은 올해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에 새로 취임했다. 위원장 제안을 수락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이원석 전 운영위원장이었던 임순례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인천의 열기를 꽃피워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고민 끝에 제안에 응했다. 인천은 내 고향이고 그만큼 애정이 많은 도시다. 인프라가 많아서 문화적으로 더욱 인정받는 도시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 또한 반영됐다.

-인천영상위원회의 신임 운영위원장으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이원석 인천영상위원회는 굉장히 창의적인 집단이다. 그 좋은 에너지를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평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창작 집단을 만들고 싶다. 또 인천의 영상산업이 제대로 구축될 수 있게 인천 지역 주민들에게 영상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다. 디아스포라영화제의 경우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기보다 지금처럼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돕겠다.

-올해 영화제는 예년과 달리 개최일을 3일로 줄이고, 온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한다.

이혁상 관객과 창작자가 직접 만난다는 영화제의 본질을 지키려 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상영을 피하기 어려웠다. 영화를 보는 패턴 자체가 이미 변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제작 국가가 아니라 ‘디아스포라 장편’, ‘디아스포라 단편’ 등 러닝타임을 기준으로 섹션을 나눴다.

이원석 제작 국가로 섹션을 분류하는 게 시대에 맞지 않은 관행이라 생각했다.

이혁상 덧붙여 경계를 지우려는 시도였다. 디아스포라의 현실 자체가 국경선, 즉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서 시작되지 않나. 디아스포라영화제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장·단편으로 섹션을 나누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출품작들의 경향은 어떤가.

이혁상 단편 수가 굉장히 늘었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발 등 단편영화제들이 정상적으로 개최되지 않거나 중단되면서 갈 곳을 잃은 단편들이 디아스포라영화제로 많이 몰린 듯하다. 장편에 비해 단편들이 현재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슈를 빠르게 흡수해 표출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감독들의 약진도 두드러져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관객 투표로 두편의 폐막작을 선정하고, 상금 100만원과 함께 관객상을 수여하는 방식도 새롭게 추가됐다.

이혁상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니라 신진 영화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려는 목적에서다. 코로나19 때문에 영화 제작 환경이 워낙 좋지 않으니까. 올해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소재의 단편영화 중 선정할 예정이지만, 내년에는 단편작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려 한다.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섹션의 이번 주제는 ‘성소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다. 현재 성소수자들이 마주한 상황이 굉장히 잘 반영됐다고 생각했다.

이혁상 이은용, 김기홍, 변희수 세명의 트랜스젠더가 목숨을 끊었다. 그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트랜스젠더를 위한 나라는 없고, 성소수자가 실제적인 난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섹션에서는 국내외 성소수자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을 다룬 영화들을 소개한다. 또 영화의 범주를 넓혀 전나환 감독의 <아네싸의 방> <For a Flash> 같은, 갤러리에서 상영된 영상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온라인 상영작을 관람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퍼플레이를 선택했다. 이 역시 디아스포라영화제의 방향성과 잘 어울리는 선택이다.

이혁상 디아스포라영화제는 파트너도 굉장히 섬세하게 설정하는 편이다. 올해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주제도 성소수자와 관련이 있다 보니, 다양성에 기반을 둔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이 영화제의 색을 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영화비평 워크숍 ‘활동사진’이 진행될 예정이다. 비평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있나.

이혁상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어떤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고민이 예전부터 있었다. 지난해엔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올해 성인까지 범위를 넓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과의 협업으로 이주민과 선주민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나누고, 관련 영화를 통해 양질의 비평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8월에는 청소년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 ‘영화, 소란’도 진행할 예정이다.

-관객이 꼭 봤으면 하는 추천작이 있나.

이원석 개막작인 레카 발레릭 감독의 <침묵의 목소리>다. 러시아의 체첸공화국을 탈출한 게이 난민들에 대한 영화다. 그 밖에 ‘디아스포라의 눈’ 섹션의 게스트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뮤지션 슬릭이 뽑은 <탠저린>, 프로그램팀이 고른 <환상의 마로나>를 추천한다.

이혁상 사실 상영작 전부를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 많다. (웃음)

-마지막으로 인천영상위원회의 신임 운영위원장으로서, 그리고 영화제를 코앞에 둔 프로그래머로서 각오와 바람을 이야기한다면.

이원석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디아스포라영화제를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영화제가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혁상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개막식, 폐막식을 포함해 여러 부대 행사를 진행한다. 뮤지션 짙은의 개막 공연, ‘공항 난민: 공항에 갇힌 사람들을 만나다’ , ‘길 위의 도시, 인천-길이 가져다준 비용, 영광, 위기’ 등의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철저한 방역 속에서 진행할 예정이니 다각도로 영화제를 즐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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