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배우 김수하
2021-05-27
글 : 이주현
사진 : 백종헌
캐릭터의 마음을 담아 노래한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에서 주인공 진 역을 맡은 배우 김수하는 탄탄한 노래 실력과 생기 넘치는 연기로 단번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양반의 딸이지만 자신의 신념을 따라 씩씩하게 살아가는 진의 모습이 김수하의 야무진 모습과도 퍽 잘 어울린다.

김수하는 한국이 아닌 영국에서 먼저 데뷔했다.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앙상블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고, 이후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며 한국 뮤지컬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후 <렌트>와 <포미니츠>로 인상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의 매력은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실황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0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다음해 <렌트>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어려서부터 꿈꾸던 뮤지컬 시상식장에 후보자로 앉아 있으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신인상 받았을 땐 정말 기뻤다. 그러고 1년 뒤에 <렌트>로 큰 상을 받았는데, 상이 주는 무게감이 꽤 컸다. 당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중이었고, 여우주연상을 받은 다음날도 공연이 있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이 컸는지 <나의 길>이라는 솔로곡을 부르고 난 뒤 무대 뒤에서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엔 어떻게 합류했나. 오디션을 본 건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스 사이공> 월드 투어 공연을 하고 있었다. 투어 막바지에 스위스에 있었는데, 그때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제작한 송혜선 PL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이 스위스로 나를 만나러 오셨다. 내가 진 역할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셨고, 그렇게 해서 이 작품이 내 한국 데뷔작이 됐다.

-진은 전국에 시조 금지령을 내린 시조대판서의 딸이지만 시조의 부흥을 꿈꾸며 골빈당 활동을 한다. 아버지의 뜻이 아닌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인물이다.

=처음에 진은 정의롭고 영웅적인 모습이 강했다. 공연이 거듭되면서 이 인물이 단편적으로만 보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도 인간적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걸 보여주면 관객이 더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다. 정의를 위해 나서는 인물이지만 내면에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 아버지의 뜻을 거슬러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양반의 옷을 입고 있을 때보다 백성들과 함께할 때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짓는 식으로 진의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불의를 참지 못하는 진의 의협심은 내 실제 성격과 닮았다.

-고음이 매력적이다. 어려서부터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꽤 들었을 것 같다.

=꽤 들었다. (웃음) 그런데 뮤지컬에서 노래를 잘하는 것과 일반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에선 캐릭터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준다. 그래서 뮤지컬을 할 땐 노래를 잘해야겠다가 아니라 캐릭터의 이야기를 잘 표현해야겠다, 캐릭터의 생각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노래한다.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나.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과 대학로 소극장에서 뮤지컬 공연을 봤는데, 그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 앞에서 장기자랑하는 걸 좋아했고, 학교에서도 동요부르기 대회에 종종 나갔다.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지만 연기도 하고 싶었다. 뮤지컬 배우는 그 모든 걸 충족시키는 일이었다.

-201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미스 사이공> 앙상블로 뮤지컬 데뷔를 했다. 특별한 데뷔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의 맹성연 작곡가님을 통해서, 일본 <미스 사이공> 공연에서 주인공 킴을 연기할 신인배우를 찾고 있으니 응해보지 않겠냐는 얘기를 들었다. 대학교 4학년 올라갈 즈음이었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작곡가님의 남편이기도 한 뮤지컬 배우 양준모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았고 일본에 가서 오디션을 봤다. <미스 사이공>을 비롯해 캐머런 매킨토시(<레 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을 제작한 세계적 뮤지컬 제작자._편집자)의 뮤지컬은 그가 직접 최종 오디션 영상을 보고 캐스팅 확정을 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내 오디션을 캐머런 매킨토시가 봤고, 마침 영국 웨스트엔드에 올리는 <미스 사이공>에 앙상블과 킴 커버(대체 배우)가 필요하다고 해서 영어 영상을 보냈다. 그랬더니 당장 영국으로 오라더라. 무작정 짐을 싸서 영국에 갔다. 이 모든 일이 한달 안에 이루어졌다.

-혼자 외국에서 대형 뮤지컬을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뭘 잘 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어도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한달 동안 매일 울면서 악보를 보다가 잠들었다. 그야말로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많았다. 당시 핸드폰 메모장에 ‘내가 킴의 옷을 입을 자격이 있을까’라고 쓰기도 했다. 킴의 의상을 입어보고 나서 적은 메모였다. 그 옷을 입으면서도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이 없었고, 불안했다. 그때 배운 건 인생은 혼자라는 것,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거였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그럼에도 그때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된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영화도 찍었다고.

=유연석 배우와 올가 쿠릴렌코가 출연하는 프랑스영화 <고요한 아침>을 찍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캐스팅 디렉터가 추천해줘서 오디션을 봤다. 학생 때 영화과 친구들의 영화엔 출연해봤지만 상업영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엔 소속사 대표님에게 영화는 영 자신이 없다고 말했는데 첫 촬영 끝나자마자 영화 또 찍고 싶다고 말했다. (웃음) 뮤지컬과는 다른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앞으로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볼 수 있을까.

=배우 전미도 선배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 이미 그전부터 뮤지컬계의 스타였는데,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선배의 진가를 알게 됐다.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세상 사람들이 전미도 선배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알게 돼 진심으로 기뻤다. 나 역시 기회가 닿는다면 뮤지컬뿐 아니라 연기를 할 수 있는 곳 어디서든 연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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