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웹 감독 연출, 배우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주연의 영화 <500일의 썸머>가 5월 26일 재개봉한다. 이는 한국에서 2010년에 개봉한 영화가 지난 2016년에 재개봉한 데 이은 두 번째 재개봉이다. 첫 만남 이후 10년 만에 극장을 다시 찾은 <500일의 썸머>에는 알고 볼수록 재밌는 디테일들이 숨어있다.
푸른 여름과 붉은 가을 사이
사랑이 피고 지는 여정을 색색의 화면으로 담은 마크 웹 감독은 영화 전체 컬러 팔레트의 바탕에 썸머(주이 디샤넬)의 눈 색깔을 두었다고 밝힌 바 있다. 투명한 파란 눈을 가진 배우 덕에 주인공 썸머를 대표하는 색이 파랑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에서 썸머의 색은 곧 사랑의 색이다.
<500일의 썸머>의 수많은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톰(조셉 고든 레빗)의 길거리 댄스 장면에서 톰은 온통 파란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다. 그는 푸른 군중 틈에서 사랑의 기쁨을 만끽한다. 반면 관계가 불안정할 때 파란색은 최대한 절제된다. 대신 이와 대비되는 빨간색이 이별을 말한다. 썸머의 아파트에 걸려 있는 종이학들 중 톰을 상징하는 듯한 한 마리만이 빨간색이었으며, 톰이 썸머와 헤어지고 만난 어텀이 입은 블라우스 색 또한 빨간색이었다. 빨강이 여름의 끝이자 가을의 시작으로 쓰이며 다음 사랑을 은유한 것.
헤어진 사람들의 노래
<500일의 썸머>는 감각적인 OST로도 사랑받는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들에도 감독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썸머가 마지막 데이트를 하러 가는 길에 흐르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Bookends>가 결정적이다. 마크 웹 감독은 지금은 해체된 그룹의 곡을 사용함으로써 두 주인공이 겪는 이별의 아픔을 좀 더 강조하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썸머가 가라오케에서 부르는 노래 <Sugar town>은 배우 주이 디샤넬이 직접 고른 곡으로, 썸머의 성격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로 각인된다.
음악은 톰과 썸머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도 쓰인다. 두 사람은 밴드 더 스미스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친해지고 함께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을 부른다. 하지만 썸머의 감정이 식자 썸머는 톰이 더 스미스의 다른 노래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를 틀었을 때 무시한다. 이들의 결별은 비틀스 멤버에 대한 취향 차이에서 이미 복선으로 깔려있었는지도 모르겠다.
LA 근대 건축이 품은 로맨스
전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프로그래머인 한선희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는 <500일의 썸머>가 “무엇보다 LA라는 도시의 풍경과 정취, 우리가 잘 몰랐던 LA의 근대 건축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라 평했다. 주로 웨스틴 보나벤처 호텔이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같은, 포스트모던 건축의 아이콘이 된 빌딩들을 스크린에 옮긴 다른 LA 배경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근대 건축물의 정서와 낭만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가인 톰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건물로 파인 아츠 빌딩을 소개하고, 톰과 썸머가 영화를 보는 밀리언 달러 극장은 LA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다.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아 데이트하는 엔젤스 놀 공원에서는 LA 최초의 고층 건물인 콘티넨털 빌딩이 보인다. <500일의 썸머> 속 LA는 그렇게 애틋한 추억의 장소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