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덕션> 전까지만 해도 홍상수 감독이 제자를 주연배우로 발탁한 적은 없었다. 이전 영화에 출연한 제자들이 있었지만, 극을 온전히 이끄는 역할까지는 아니었다. <인트로덕션>의 주연배우 신석호는 무엇이 달랐을까. 확실한 건 훌쩍 큰 키에 동그랗고 큰 눈을 가진 신석호를 극의 중심에 놓자,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중년의 허위의식’이 아닌 ‘상대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순수’에 대한 이야기로 변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홍 감독도 그에게 자세한 주문을 하기보다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그냥 너를 보여줘”라고 말했단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인트로덕션>은 영호(신석호)가 3장에 걸쳐 아버지와 연인, 대배우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신석호는 점점 투명하고 간결해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세계에 걸맞은 사람이었다.
영호 관계를 주도해나가는 인물이라기보다 관계에 순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남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고 싶다.
스승 홍상수 2008년 신입생 때 홍상수 감독님 수업을 들었다. 그땐 감독님이 1학년 수업을 담당하셨는데 다음해부터는 4학년 수업을 맡으셨다. 4학년이 되어 다시 감독님 수업을 들었다. 학과 대표이자 수업 반장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감독님과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 감독님이 나의 어떤 면을 좋게 봐주셨는지 모르겠는데 스탭으로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해주셔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때부터 연출부로 일했다. 그때부터 2~3편 빼고는 쭉 감독님의 연출부로 일했다. 배우로 출연한 건 <풀잎들> 때부터다.
캐스팅 감독님은 항상 심플하게 물어보신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촬영할 건데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라고.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답하면 “같이하자” 하신다. <인트로덕션> 때는 “배우로 나올 수도 있는데 일단 촬영을 같이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예전엔 프리프로덕션이 있었는데 최근작들은 촬영 3일 전에 이야기하신다. 프리프로덕션이 간결해진 건 <풀잎들> 이후부터 그랬던 것 같다.
배우이자 스탭 나뿐 아니라 함께 출연한 박미소, 하성국도 배우이자 스탭으로 일했다. 맡은 분량의 출연이 끝나면 옷을 갈아입고 자연스럽게 스탭으로 일했다.
갑작스러운 베를린행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감독님이 전화를 걸어 “내일모레 베를린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배우 박미소와 급하게 준비해서 베를린으로 향했다. 영화제 행사는 이미 다 끝난 상황이었고 며칠 더 머무르면서 베를린에서 4회차 정도 더 찍었다. <인트로덕션>은 장마다 4회차 만에 촬영해서 총 3장 12회차 촬영으로 끝났다.
파일럿 아주 어린 시절부터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RC비행기를 취미로 날리셨는데 나 역시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비행기를 좋아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공군사관학교 입학을 알아보면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수술 흉터 때문에 미달 판정을 받았다. 기압 때문에 흉터 부위가 문제될 수 있다고 하더라.
연극 <도덕적 도둑> 파일럿에 대한 꿈을 접은 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우연히 대학로에서 연극 <도덕적 도둑>을 봤다. 커튼콜에서 배우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 이 연극을 계기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배우 최근까지 배우라고 소개하는 걸 민망해했는데 <인트로덕션>의 주연배우로 이름이 올라가면서 스스로를 배우라고 얘기하지 않는 것도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영화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선배 서영화 영화 선배님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영화 선배님은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선배인데 겉으론 약해 보이지만 연기할 때 안에서 무언가 폭발해내는 것만 같다.
모토 떳떳한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로서 떳떳할 수 있도록 연기를 잘하고 역량도 갖춰야겠지만 인간으로서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전까지는 배우로서 많이 흔들렸는데 <인트로덕션>이 중심을 잡는 계기가 된 것 같다.
Filmography
2020 <인트로덕션> 2020 <마지막 손님> 2019 <도망친 여자> 2019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18 <국도극장> 2018 <강변호텔> 2017 <풀잎들> 2016 <산나물 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