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 - 화제의 독립예술영화,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2021-06-04
글 : 남선우

‘영화제란 무엇일까? 왜 무주산골영화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지속되어야 하는 걸까?’ 조지훈 프로그래머에게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를 준비하는 기간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한다. 6월3일부터 6일까지, 6월11일부터 13일까지 2주간의 주말에 걸쳐 총 7일간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관객수를 제한하고 사전유료예약제를 도입했다. 모든 스크리닝과 이벤트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무주의 색을 살린 선택에 관객은 관람권 매진으로 화답했다. 영화제를 앞둔 조지훈 프로그래머에게 어떤 답을 찾았냐고 물었다. 그는 “이런 시기에도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기에 영화제가 영화제의 자리에서 관객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 답했다.

-지난해 영화제를 온오프라인 분산 방식으로 개최했는데 올해는 오프라인으로만 진행한다. 선택을 내리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었나.

=지난해 무주는 특정 OTT 플랫폼과 연계해서 스크리닝하지 않고 관객의 실시간 관람이 가능하도록 온라인 상영관을 운영했고, 적은 관객이라도 오프라인으로 만나면서 영화제를 치렀다. 새로운 상황을 겪으며 영화제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다. 사람을 모으는 일이 불가능해지면 영화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온라인으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할 때 극장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그렇다면 영화제와 OTT의 차이는 무엇인지 말이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신작보다 기존 개봉작을 중심으로,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즐길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작은 규모로나마 오프라인에 초점을 맞추자는 결론을 내렸다.

-일일 관객수를 제한하고 사전유료예약제를 도입하는 대신 행사 기간을 늘렸다. 유료예약 현황은 어떤가.

=코로나19 이전 2019년 영화제 기간 동안에 무주 군민 2만3천여명보다 많은 사람이 무주를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은 그럴 수 없기에 소규모 장기 축제로 밀집도를 줄였다. 영화제 기간을 2주간의 주말로 늘리되 각각 특징 있는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사전유료예약제는 록페스티벌처럼 일일관람권을 도입한 것인데, 방역 수칙을 고려해 일일 판매분을 정했다. 이런 사례가 처음이라 반신반의했는데 너무 빨리 매진되어 우리도 놀랐다. 얼리버드와 일반예매, 덕유산 국립공원 야외상영 별도 예매로 총 3번에 걸쳐 예매를 받았는데 모두 2분 이내에 매진됐다. 많은 관객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영화제의 강점을 반영해 올해도 산골미술관, 책방, 콘서트도 운영한다.

=2019년부터 공연, 전시, 책방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올해는 이전만큼 많은 방문객을 받을 수는 없지만 해온 걸 꾸준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의 ‘넥스트 액터’로 선정된 안재홍 배우와 관련해 꾸린 전시도 기대해달라.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를 다른 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컨셉추얼하고 팬시한 전시가 될 것이다.

-올해의 ‘무주 셀렉트: 동시대 시네아스트’ 주인공으로 브라질을 대표하는 감독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를 꼽았다.

=진지한 마음으로 공부하듯 영화를 보는 관객이 무주에 점점 많아지는 걸 느껴 ‘무주 셀렉트’를 시작했다. 그들을 위해 학구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프로그램을 꾸리고 싶었고, 3편에서 5편 이내로 작품을 내놓은 감독 중 자기 세계를 가진 중요한 작가들을 소개하기로 했다. 지난 영화제에서 유럽, 북미 감독들을 다뤄서 올해는 남미나 아시아쪽 감독을 다루고 싶었는데 <바쿠라우>를 무척 인상적으로 봐서 멘돈사 필류 감독을 꼽았다. <기생충>과 같은 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우리나라에서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이번 기회에 그의 다른 작품과 장편 데뷔작 <네이버링 사운즈>를 보면 어떨까 싶다.

-이 밖에도 ‘무주시네마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인 <달이 지는 밤>, 클로이 자오 감독의 데뷔작 <내 형제가 가르쳐준 노래>를 상영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프로그래머의 추천작이 궁금하다.

=<달이 지는 밤>은 영화와 라이브 연주를 결합해서 상영하는데, 음악감독님들이 영화에 들어간 음악보다 풍부하게 작업해주셔서 기대가 된다. 클로이 자오 감독도 최근에 화제가 된 감독인데 과거의 작품들을 함께 보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1~2년 사이 해외에서 주목받은 영국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사운즈 오브 메탈>의 배우 리즈 아메드가 마치 자신처럼 래퍼를 연기하는 <모굴 모글리>, 스티븐 소더버그가 제작에 참여한 <비츠>, 트렌디하면서도 감동적인 <어느 소녀 이야기>를 추천한다. 배우 배리 키오건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폭력의 그림자>도 좋다.

-지난 4월 <씨네21> 창간기념호에 ‘팬데믹과 넷플릭스 시대의 영화와 산업 지형에 관한 소고’를 기고했다. 지면에 못다 한 이야기나 최근의 화두가 있다면.

=OTT와 독립예술영화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영화제가 작고 예술적인 영화들을 지켜왔다면 이제 OTT들도 그런 영화들을 흡수하고 있다. 라이브러리를 확대하고 구독자를 늘리는 것이 OTT의 목표이기도 하니까. 이렇게 변화하는 산업지형 안에서 영화제가 지속될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규모가 큰 주요 영화제들은 마케팅 공간으로 계속될 테지만 그 밖의 작은 영화제들도 특성을 유지하면서 잘 진행될 수 있을지 고민이다. 혼란을 글에 담고 싶은데 몇달만 지나도 옛이야기가 되다보니 우선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중이다.

-영화제를 앞둔 소감과 바람을 듣고 싶다.

=이번에 예매권 매진이 빨리 되고 참가 방식 자체가 달라져서 문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 (웃음) 표를 더 풀어달라는 분들도 계신데 아쉽지만 올해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상영작 리스트에는 기개봉작, OTT 상영작도 있고 1년 안팎으로 극장에서 볼 수 있을 좋은 작품들이 많다. 영화제에 오지 못하는 분들도 찾아보길 바란다. 앞으로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무주산골영화제를 응원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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