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 저주술사를 물리쳐야 하는 워렌 부부
2021-06-09
글 : 송경원

1981년 코네티컷주 브루클린 마을, 에드 워렌(패트릭 윌슨)과 로레인 워렌(베라 파미가)은 11살 소년 데이빗(줄리안 힐리아드)의 구마의식을 진행한다. 의식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던 상황에서 데이빗의 누나 데비(사라 캐서린 훅)의 연인인 존슨(로우리 오코너)은 데이빗에게 붙은 악마를 향해 차라리 자신에게 옮겨오라고 외친다. 얼마 뒤 존슨은 악령에 씌인 채 잔인한 살인사건을 일으킨다. 하지만 워렌 부부는 이것이 악마에 빙의되어 일어난 일이라 주장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단서를 모으기 시작한다.

성공작의 속편이 짊어진 고민은 간단하다. 전작의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조금 다른, 새로운 요소를 어떻게 추가할 것인가. 시리즈의 팬들을 만족시키면서도 새로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요컨대 이어받은 것들과 새로운 아이디어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2010년대 가장 성공한 호러영화 시리즈 중 하나인 <컨저링>의 최신작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는 이 시리즈가 왜 이렇게 장수할 수 있었는지를 증명한다.

사실 <컨저링> 시리즈는 단순한 넘버링을 넘어 일종의 유니버스를 구축해왔다. 2013년 <컨저링>을 시작으로 2014년 <애나벨>로 확장됐고, 2016년 비로소 <컨저링2>가 나왔다. 이후 2017년 <애나벨: 인형의 주인>, 2018년 <더 넌>, 2019년 <애나벨 집으로>까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며 호러 팬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시리즈 정식 넘버링으로는 5년 만에 선보이는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이하 <컨저링3>)는 초자연현상을 연구하는 워렌 부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한다.

<컨저링>에는 몇 가지 반복되는 요소가 있다. 워렌 부부가 맡았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악마의 정체를 추적해가는 미스터리 구조,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숏 효과, 자극적이되 결국 악을 극복하는 선한 드라마 등이다. 그중에서도 도드라지는 건 악령 들린 집을 무대로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심령현상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인 공포다.

<컨저링3>에서는 색다른 시도를 한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살인 혐의 피고인이 악마에 빙의됐다고 주장한 사건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무대는 악령 들린 집에서 법원, 또 다른 사건 현장 등으로 확장되고, 이에 따라 초자연현상 전문가 워렌 부부의 활약상도 좀더 역동적으로 변모했다. 상대해야 하는 대상도 그저 초자연적인 악마에 국한되지 않고 저주술사라는 뚜렷한 적이 등장하면서 이를 물리쳐야 하는 워렌 부부의 존재감이 한층 높아졌다.

각자 역할을 나눠 저주의 근원을 추적하는 워렌 부부의 활약은 미스터리 형사물을 보는 듯하다. <컨저링2>가 다소 반복적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시리즈의 생명을 늘릴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다.

그렇다고 <컨저링> 고유의 장점들이 어디 가지도 않았다. 잔혹한 묘사는 그리 많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타이밍을 뺏으며 등장하는 쇼크 효과는 여전하다. 호러영화이면서도 순수, 사랑, 믿음 등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는 끔찍할 수도 있는 심령현상에 몰입했다가 거부감 없이 빠져나올 수 있는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고전적인 호러의 기본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악령에 빙의된 사람의 기괴하고 애크러배틱한 액션 등 종종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는 부분도 흥미롭다.

물론 이건 <컨저링> 시리즈의 한계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딘지 가족 관객에게 어필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절충한 쇼크 효과와 적당히 타협한 전개 등은 좀더 새롭고 자극적인 상상을 원하는 이들에겐 다소 밋밋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최대한의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덜 불편한 호러영화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전작에서 소홀히 다뤄졌던 부분에 대한 설명 등 <컨저링> 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충실하다. 워렌 부부의 끈끈한 유대와 사랑이 중심이 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건전하고 건강한 호러영화다.

CHECK POINT

호러 걸작을 향한 오마주

<컨저링>엔 고전 호러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등장한다. 영화의 오프닝, 메인 신부가 조지타운에 있는 데이빗의 집에 도착하는 장면, 문 앞에서 중절모를 벗고 숨을 고르는 메린 신부의 모습, 창가에 선 존슨의 모습 등은 <엑소시스트>(1973)와 <싸이코>(1960)의 명장면을 함께 오마주했다.

실화와 영화

<컨저링> 시리즈의 핵심은 초자연현상 전문가였던 워렌 부부가 겪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컨저링3>의 소재인 ‘아르네 존슨 살인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악마 빙의 재판으로 기록됐다. 여기에 존 카펜터의 <로라 마스의 눈>(1978),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데드존>(1983) 등 미스터리 호러 걸작들에서 영감을 얻은 가상의 플롯이 추가되며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절묘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컨저링>의 또 다른 주인공, 오컬트 소품들

주 무대인 데이빗의 집은 1910년 빅토리아풍의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벽지, 양탄자, 커튼까지 녹색과 갈색 등 자연을 연상시키는 색깔로 이뤄진 이 집은 1991년작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와 정반대로 또 다른 핵심 공간 중 하나인 카스트너 신부의 유물 창고는 온갖 오컬트적인 물건들로 가득하다. 사건이 끝날 때마다 그 증거인 물건들을 모아두는 워렌 부부의 창고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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