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개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실체가 요원한 괴생명체의 공격 속에서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편에서 아버지(존 크래신스키)가 희생을 감내했지만,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가족에게 생존은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다. 갓 태어난 막내도 함께 돌봐야 하는 에블린은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 밖으로 나서는데, 이들은 과연 고요함으로 가득한 세상 속을 무리 없이 걸어나갈 수 있을까.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5월 28일 북미에서 개봉한 뒤로 팬데믹 이전과 유사한 수준의 성적을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이 기세를 한국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씨네21> 기자들이 시사회에서 먼저 영화를 관람하고 왔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한, <씨네21> 기자들의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시사 첫 반응을 전한다.
김현수 기자
소리 내면 죽는다, 는 설정을 재난, 호러, 크리처 장르 영화 문법에 접목했던 전편의 토대를 영리하게 확장한 속편이다. 정체 모를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설 무기가 있음을 알게 된 가족들은 이제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해 아버지(존 크래신스키)가 단단하게 만들어놨던 울타리를 넘어 바깥 세상으로 향한다.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적인 활력으로 가득 찬 영화다. 전편보다 위기는 극대화되었고 신경 써야 할 배경도 넓어졌고 등장인물도 많아졌지만 영화가 길을 잃지 않고 끝까지 내달린 점에 박수를 보낸다. 특히 사운드로 서스펜스를 자아냈던 전편의 매력을 이어가면서 시리즈의 확장을 위한 전략적인 세계관 구성이 돋보인다. 가족을 지켜내고자 필사적으로 생존 전략을 고민했던 부모의 숭고한 희생담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한다.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고통을 감내했던 엄마(에밀리 블런트)의 활약에 이어 두 아역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와 노아 주프의 멋진 연기가 장르 영화의 묵직한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2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킬리언 머피의 활약도 주목하길 바란다. 물론 그가 선한 역인지 악한 역인지는 영화를 보기 전에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좋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세계관 토대를 잘 마련해놓은 영화이기도 한데 모르는 게 많을수록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을 가슴에 새기며 관련 검색을 자제하길 권유한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연기되며 비운의 영화가 될 뻔했던 <콰이어트 플레이스2>가 미국을 비롯해 국내 극장가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 같다.
김소미 기자
이번 영화도 역시나 팝콘은 어렵겠다. 전편에 이어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역시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괴수로부터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숨죽인’ 사투에 충실하다. 혼자가 된 엄마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과 리건(밀리센트 시몬스), 마커스(노아 주프) 남매는 갓난아기를 안고 최후의 요새였던 집을 벗어나기로 한다. 위협 속에 몸을 던진 가모장 가족의 여정은 미성년 남매의 성장과 결속이라는 확고한 맺음말을 향해 나아간다.
청각장애가 있는 큰 딸 리건의 시점으로 세계를 묘사하는 대담한 사운드 제거 장면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도 유효하다. 영화는 극단적인 침묵 속에서 서스펜스를 만들거나, 파열음이 난무하는 외계인과의 사투를 보여주며 공포를 자아낸다. 괴수물과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전형을 적절히 차용해 침묵과 비명의 극명한 대비를 완성도 있게 조율하는 능력은 나무랄 데 없이 매끈하고 탄탄하다. 1편이 괴수로부터 생존을 도모하는 동시에 임산부였던 에블린의 출산 과정을 중첩시켜 밀도를 높였다면, 2편은 가족 구성원들이 제각기 떨어져 제 몫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결 웅장하고 수사적인 교차 편집의 묘미를 추구했다. 다만 많은 속편이 그러하듯이 첫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청량한 쾌감은 떨어진다. 아무런 설명 없이 재난 상황 한가운데 진입했던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조밀하고 영리한 아이디어들로 돌파구를 찾았다면,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배경 무대와 인물의 스케일, 주제적 관심사를 가족의 바깥으로 확장하는 대신 재기발랄함은 다소 줄어든 인상도 준다.
에밀리 블런트는 물론 다부진 장녀 리건을 연기한 밀리센트 시몬스 또한 여전히 훌륭하다. 리건은 극을 결정적으로 도약시키는 소재와 주제에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는 인물로서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도 뭉클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킬리언 머피는 존 크래신스키가 사라진 자리에서 유사 아버지와 핵심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아버지의 부재를 극복하는 남매의 성장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1편을 대하는 태도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앞선 상황이 남긴 깊은 상실의 감정 속에서 움직이고, 1편에서 흥행한 디테일들을 미장센으로 적극 활용하는 점에서 충실한 계승자를 자처하는 동시에, 시리즈물로서의 존재감과 육중함을 강화하는 도약의 움직임에도 적극적이다. 1편과 2편, 어떤 쪽을 선호할지는 취향의 문제지만 2편의 더욱 세밀한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1편을 반드시 보고 가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