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우진의 첫 주연작이자 <마녀> <안시성> <명량> <설국열차> 등을 편집한 베테랑 편집감독 출신 김창주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발신제한>이 6월23일 개봉한다. 극중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는 평범한 출근길에 자신이 운전하고 있는 차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전화를 받는다. 휴대전화 너머의 협박범은 운전석에서 일어날 경우 폭탄이 터진다고 경고를 하는데, 단순히 보이스피싱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불러온 파장을 담은 스릴러 <발시제한>, 시사회를 통해 오랜만에 개봉하는 한국 스릴러 영화를 본 <씨네21> 기자들의 첫반응을 전한다.
김성훈 기자<더 테러 라이브>나 <끝까지 간다>처럼 <발신제한> 또한 궁지에 빠진 주인공이 문제를 긴박하게 해결하는 데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동력 삼아 전개되는 도심 추격 스릴러다. 영화는 주인공 성규(조우진)와 그의 가족을 소개하고 의문의 목소리가 등장하자마자 앞만 보고 내달리는, 매우 빠른 영화다. 성규에게 전화를 건 목소리의 정체가 누구인지, 그가 왜 성규에게 거금을 달라고 협박하는지 등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영화의 중반부까지 거의 제시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카 체이싱 액션 장르 특유의 장르적 쾌감만큼이나 목소리의 사연에 대한 궁금증도 덩달아 커진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스릴러 장르로만 바라보면 재미없다. 목소리의 사연이 드러나는 영화의 중반부가 극적 반전의 열쇠인데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자 진짜 모습이다. 어떤 점에서 <발신제한>은 카 체이싱 액션 장르의 외피를 두른 사회 드라마라 불러도 될 듯하다.
김현수 기자아이들과 함께 탄 차량 안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전화로 협박을 받고 있는 상황 설정만으로 긴장감을 유발시켜야 하는 영화다. 설정은 단순하지만 재미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유형의 스릴러 영화다. 이야기나 액션은 단순하지만 주인공 상규의 내면은 너무나 복잡한 상황에서 배우의 연기에 몰입하지 못하면 한없이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주연을 맡은 조우진 배우의 연기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직장 생활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상사와 후임을 속여야 하며 몸을 다친 아이들도 진정시켜야 하고 아내도 설득해야 하고 협박범에게서 지시도 받아야 한다. 조우진은 평범한 샐러리맨의 삶을 살던 남자가 난데없이 경찰을 따돌려야 하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오직 얼굴 표정과 목소리만으로 묘사한다.
영화 내내 카체이싱 액션이 펼쳐지는 영화라서 극중 배경인 부산 해운대, 우동 일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장면이 눈을 탁 트이게 한다. 최근의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로케이션 촬영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위기 상황을 만들어내야 하는 협박범이 치밀한 계획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에도 종종 느긋한 태도를 보인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인물 간의 긴장 관계를 느슨하게 하고 극의 전개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