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비하인드 씨네리]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배우 김대명
2021-06-24
글 : 임수연
사진 : 오계옥
임수연 기자가 전하는 배우 김대명과의 인터뷰 후일담

미처 지면에 담지 못했던 내용을 탈탈 털어 독자들에게 공유하는 ‘비하인드 씨네리’ 코너, 오늘의 주인공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율제병원 산부인과 조교수 양석형 선생님으로 활약 중인 배우 김대명이다. <씨네21>과 배우 김대명은 4년 전 영화 <돌멩이> 촬영 현장에서 만난 적이 있다.

주간지 마감 노동자가 가장 싫어하는 요일은? 목요일이다.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없다. 어떻게든 마감을 끝내고 이른바 ‘대장’이라 불리는 기사 인쇄본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확인하며 기사 내용과 사진 등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분주하고 때로는 꽤나 예민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방영될 때는 매주 목요일이 기다려지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O.S.T도 어찌나 많이 들었는지, 아마 작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조정석의 ‘아로하’ 그리고 조이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였을 것이다. 1여 년간 기다림 끝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시작됐고, 여전히 잡지 마감은 고되지만 당분간은 목요일이 다시 기다려질 것 같다. (그리고 집에서 본방 사수를 하기 위해서는 마감을 일찍 해야 한다!!!)

지난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첫 회를 보면서 추민하(안은진) 선생님의 데이트 신청에 양석형 선생님이 어떻게 반응할지 너무 궁금했다. 당연히 거절할 텐데, 어떻게 거절을 할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라는 예의 있는 메시지라니 정말이지 양석형 선생님다운 거절이었는데, 전부인 윤신혜(박지연)의 등장은 머리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안 어울리게) 로맨스를 좋아하는 시청자로서 과연 이 셋의 관계가 어떻게 풀릴지 팝콘 들고 지켜볼 예정이다.

사실 양석형 선생님을 4년 전 어느 가을 날 영화 <돌멩이> 촬영 현장에서 만난 적이 있다. 장소는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저수지. 당시 기자를 대하는 태도가 지금까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 표면적으로 8살의 지능을 가진 석구 캐릭터가 연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하지만 워낙 좋은 배우시니 연기를 잘하실 것 같다며 인사를 건넸다. 촬영 틈틈이 김대명은 기자에게 다가와 이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이 연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으냐며 의견을 구했다. 연기를 잘하는, 누구보다 전문가인 배우가 처음 만난 기자에게 먼저 이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일이 흔치는 않아서 속으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날 촬영은 농번기 축제에 마을 사람들의 정신이 쏠려 있는 사이, 소매치기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복지사들이 가출소녀 은지(전채은)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은지가 반항하는 사이, 석구는 진짜 범인을 찾아내 몸싸움을 한다. 전채은은 2017년 8월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사람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씨네21>이 함께한 다양성영화 신인배우 발굴 프로젝트 오디션에서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합격했던 신인이다. <씨네21> 지면에서 이 소식을 접한 후 직접 캐스팅에 추천했던 김대명은 이날 “채은이는 하루가 다르게 많은 것이 바뀐다. 무언가에 확 물들어가는 것처럼 에너지를 내뿜는 게 살면서 보기 힘든 느낌이라 굉장히 신기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지적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묻어났다. 짧은 시간 가졌던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작품에 임하는 태도를 설명했다. “옛날부터 이런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연기로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마음보단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한번쯤 무언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석구의 지능이 8살이라고 해서 시간이 그때에 멈춰있진 않다. 제로 상태가 아니다. 8살부터 쌓아왔던 시간이 있고 그 세월이 연기에 묻어나기를 바란다. 지적 장애인들을 실제로 옆에서 지켜보면 입을 열기 전까지는 장애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똑같이 술도 마시고 연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밋밋할 수 있지만 수줍어서 표현을 많이 하지 못하는 8살 아이 같은 캐릭터의 톤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었다. 그게 <돌멩이>와도 어울린다.”

촬영을 마친 후 감독 그리고 몇몇 배우들과 간단한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때 김대명은 다시 한 번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를 놀라게 했다. <씨네21>의 오랜 애독자라고 고백한 그는 심지어 최근 호 광고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실렸는지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기자도 모르는 부분까지 언급하는 모습에 영화를 향한 애정이 얼마나 깊고 오래됐는지 알 수 있었다.

상대에게 질문을 구하고, 최근 잡지에 실렸던 실린 기사 심지어 광고 페이지까지 기억하며, 영화 전문지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먼저 언급해주는 배우가 흔치는 않다. 그래서 양석형 선생님이 그저 소심해 보이지만 상대를 사려 깊게 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나올 때마다 과거의 인연이 문득 떠오른다. 이런 부분이 직업 기자가 평소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앞으로도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즐겁게 볼 것이고, 추민하 선생님의 직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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