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원장 주진숙, 이하 영상자료원)이 지난 6월 23일 블랙리스트 사건 피해를 입은 영화인 및 관계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아카이브 직무의 독립성, 자율성, 책임감을 강화한 조항 등을 보강해 내부 행동강령, 윤리지침을 발표했다. 주진숙 원장은 이날 사과문에서 지난 두 정권 동안 일어난 구체적인 블랙리스트 실행 사례와 피해를 입은 <위로공단>의 임흥순 감독, 부당한 인사 조치로 퇴사한 모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을 언급한 후 “원장으로서 영상자료원과 관련된 모든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주 원장은 후속 보완 조치도 함께 발표했다. 영상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 의무를 강조하는 국제영상자료원연맹(FIAF)의 윤리강령을 원내 윤리지침의 상위 범주로 포함하여 내부 행동강령과 윤리지침을 개정했음을 공유하고 블랙리스트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보강된 지침은 영상자료원 윤리지침 제2장 제3조에 ‘임직원은 영상자료원의 관리하에 있는 자료들의 수집, 보존, 복원, 활용과 관련한 모든 결정에서 FIAF가 정한 윤리강령을 준수하여야 한다’라는 항목을 추가한 것, 그리고 제8조 ‘부당이익 수수 금지’ 항목을 ‘임직원은 자신의 직무권한을 행사하거나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영향력을 행사하여 부당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라고 명시한 것 등이다.
주 원장은 부임 직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과제는 이전에 잘못된 것들이 있었다면 바로잡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블랙리스트 피해 당사자였던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영상자료원은 역사를 기록하는 곳이다. 따라서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검열을 하게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