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의 고등학생 김지영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제8일의 밤> 현장에서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초부터 장르영화의 아수라장에서 자기 분량을 단단히 챙긴 무서운 신인 박세현은 과연 강단과 깊이를 두루 겸비한 준비된 인재였다. 그는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 80년대 음악다방을 누비는 명랑한 하숙집 소녀를 연기한 데 이어 올여름엔 호러퀸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괴기맨숀> <제8일의 밤>을 통해 박세현은 순진한 여고생과 요괴 사이를 오가며 무섭게 얼굴색을 바꾼다. 올해 스물넷, 데뷔 후 3년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박세현의 또렷한 생각과 취향을 모았다.
오디션 새 <여고괴담> 영화에서 신인배우를 대대적으로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게 어울릴 만한 역할을 정확히 공략하려 했다. 그중 하나가 실제로 캐스팅된 여고생 재연 역이다.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고, 다른 역할로는 극중 반장의 성적을 의심하는 시기심 많은 한예지 캐릭터를 준비해 똑 부러지는 이미지를 어필했다.
슬픈 호러 은희와 내가 세상에 둘밖에 없는 솔메이트라는 점에만 집중하고 연기했다. 서로가 너무 소중한 상태에 이입하고 나니 군인들에게 쫓겨 도망치는 상황이 더 슬프고 절박하게 느껴지더라. 더운 날씨에 텅 빈 학교 복도를 뛰어다니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군화 소리가 정말로 무서웠다.
절친 비비 현장에서 김형서 배우와 서로 의지하며 친해졌다. 부끄럽지만 얼마 전엔 형서가 “세현아 난 네 연기가 너무 좋아”라면서 자기 뮤직비디오에 출연해달라고 제안했다.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가 내 생애 첫 뮤직비디오 촬영이었다.
역사적 얼굴 <오월의 청춘>까지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역할을 두번이나 하게 돼 이제는 내게서부터 먼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임흥순 감독님의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에선 독립운동가 정정화 선생님의 10대 시절을 연기했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 속에서 희생된 여성들의 존재를 되새기게 된 경험이었다.
될성부른 떡잎 아버지가 사진을 찍으셔서 어릴 때부터 카메라 앞에서 포즈 취하는 걸 좋아했다. 내 사진을 본 에이전시의 제안으로 10살 때 남경주, 최정원 선생님이 출연한 뮤지컬 <소리 도둑>에 주인공 언더스터디로 들어갔다. 제작발표회 때 무대에 섰는데, 객석을 메운 사람들이 집중해 내 노래를 들어주고 박수쳐준 감흥이 아직도 생생하다.
호러퀸 조바른 감독의 <괴기맨숀>에선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여고생을 연기했다.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 심리적으로 가장 어두운 캐릭터다.
여고생과 요괴 사이 2년 전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와 <제8일의 밤>을 함께 촬영했다. 한쪽에선 여고생을, 한쪽에선 요괴를 연기했는데 데뷔 직후라 부담이 컸다. <제8일의 밤> 예고편을 보니 내가 꽤 무섭게 나온 것 같아 나름 흡족하다. (웃음)
천우희 ‘천우희 배우처럼 연기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생각해왔다. 정말 운 좋게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선배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 “무거운 작품들을 하다보면 우울해질 수 있지만 우리가 하는 건 다 허구의 연기”라면서 건강히 오래 연기하라고 조언해주셨다.
피아노 최근 하루에 8~9시간씩 피아노 연습에 몰두했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좋아하지만,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홀로 나의 마음을 점검하고 환기할 수 있었다.
집중력 무엇이든 꽂히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 (웃음) 농도가 짙은 장르영화에 잘 스며들려면 배우도 예리한 집중력을 갖고 자신을 비슷한 농도로 만들어두어야 한다. 그렇게 집중할 때 느끼는 희열이 너무나 즐겁다.
순수함 나 자신에 대한 탐구를 많이 하고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자주 생각하려 애쓴다. 최근 다짐한 것은 언제까지나 연기에 대해서 순수함을 간직하는 배우가 되자는 거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중요한 배우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Filmography
영화 2021 <제8일의 밤> <괴기맨숀> 2020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비와 당신의 이야기> 2019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유열의 음악앨범> <82년생 김지영>
드라마 2021 <오월의 청춘> 2020 <청춘기록> <언어의 온도: 우리의 열아홉> 2019 <달리는 조사관> <최고의 엔딩> 2018 <신의 퀴즈: 리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