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스칼렛 요한슨, 플로렌스 퓨의 극강 케미, 영화 '블랙 위도우' 첫 시사 반응
2021-06-30
글 : 이주현
글 : 김현수
글 : 배동미
글 : 김소미

타노스의 만행에 희생됐던 블랙 위도우가 돌아왔다. 2021년 7월 7일 전 개봉하는 <블랙 위도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져스’ 원년 멤버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캐릭터 블랙 위도우의 숨겨진 과거를 다룬다. 앞선 영화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언급됐던 ‘레드룸’ 시절의 비밀이 밝혀질 예정이다. 따라서 <어벤져스>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전 우주적인 위기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또한 블랙 위도우 외에 다른 어벤져스 멤버도 등장하지 않는다. 규모 면에서는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 보일지 모르겠으나 액션과 스파이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지난 6월 23일 언론 시사회를 동해서 처음 공개된 <블랙 위도우>에 관한 첫 반응을 공개한다.

이주현 기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첫 번째 여성 히어로 솔로무비 <캡틴 마블>은 강력한 능력을 지닌 캡틴 마블이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힘의 해방으로 나아가는 영화였다. 반면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가 드디어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해방되는 영화이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젊은 여성들을 해방시키는 영화다. 나타샤는 옛 소련 KGB의 레드룸에서 스파이로 훈련받은 과거를 가지고 있다. 레드룸에서의 시간과 가족의 부재는 나타샤를 빛보다 어둠이 친숙한 인물로 만들었고, 나타샤의 미간에 늘 얼마간의 주름을 빚어 넣었다. <블랙 위도우>에서도 나타샤는 희희낙락할 여유가 없다. 소코비아 협정으로 쉴드와 UN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 데다 아픈 과거와도 대면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나타샤의 서사에서 가족은 늘 중요한 테마였는데, <블랙 위도우>는 그 가족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나타샤가 아직 아이였을 때 유사 가족을 이뤘던 동생 옐리나(플로렌스 퓨), 엄마 멜리나(레이첼 와이즈), 아빠 알렉세이(데이빗 하버), 이 네 명의 인물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화학작용이 <블랙 위도우>의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나타샤와 옐리나, 스칼렛 요한슨과 플로렌스 퓨가 만들어내는 유머, 액션, 뜨거운 감정은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킨다. 스칼렛 요한슨은 끝까지 멋있고, 플로렌스 퓨는 끝까지 흥미롭다.

김현수 기자

블랙 위도우는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과 달리 초인적인 힘을 지닌 존재는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멤버들이 벌이는 일을 수습하거나 조용히 근접전을 치르거나 하는 방식으로 미션과 액션에 기여해왔다. 다양한 무술 유단자라는 설정 덕분에 캐릭터가 처음 등장했던 <아이언맨2>에서부터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 위도우>의 볼거리, 즉 액션부터 소개하자면 수퍼히어로 영화에 나올 법한 액션이 아니라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볼 법한 스파이 액션의 형태를 만날 수 있다. 블랙 위도우의 본명인 나타샤 로마노프의 ‘레드룸’ 시절 비밀이 드러나는 방식이나 이야기 전개 면에서 이번 영화는 스파이 장르의 매력을 뽐낸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 전체와 비교해보면 소품에 놓일지 몰라도 블랙 위도우 개인의 내면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보는 작품이기에 완성도 면에서 결코 <토르> 시리즈나 <퍼스트 어벤져><앤트맨> 등에 뒤지지 않는다.

나타샤와 가족으로 등장하는 옐레나(플로렌스 퓨), 멜리나(레이첼 와이즈), 알렉세이(데이빗 하버) 등의 캐릭터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의 전개 방식은 최근 <종이의 집> 같은 드라마에서 자주 쓰는 방식이다. 반전을 어렵지 않게 전달하는 플래시백을 이용하는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따분해 보일지도 모른다. 레드룸의 실체가 드러날 때나 후반부 몇몇 주요 액션 장면의 분위기는 마치 <007> 시리즈의 블룸펠드 악당 조직 스펙터를 보는 것 같은 레트로함도 느껴진다. 몸에 착 달라붙는 비닐 소재의 코스튬에 싸여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를 제공받지 못했던 캐릭터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들어준 영화다. 어벤져스 원년 멤버 중 유일하게 세상을 떠난 그의 묘비에 새겨질 영화.

배동미 기자

그리운 나타샤 로마노프,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귀환이 감동적이고, 옐레나(플로렌스 퓨)의 발견이 반가운 작품. 그동안 어벤져스 시리즈를 보면서 블랙 위도우의 서사에 목말랐던 팬들이 반길 만한 작품임이 분명하다. 이전 작품과 녹아들면서도 나타샤의 전사가 충분히 설명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단독 영화이더라도 어벤져스 히어로들이 둘 정도는 등장했던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과 달리, 블랙 위도우를 제외한 어벤져스 멤버가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호크아이의 목소리가 회상신에서 잠시 등장한다)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이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마블 히어로들 간의 케미를 좋아하는 팬들로서는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다. 대신 나타샤와 옐레나가 극강의 케미를 선사한다. 마치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가 그랬던 것처럼, 보수적인 한 사람과 기분파인 한 사람의 ‘티키타카’를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진다. <작은 아씨들> <리틀 드러머 걸>에서 플로렌스 퓨가 살짝 보여준 야무지고 튼튼한 매력이 이 작품에서 극대화된 것 같다. 스칼렛 요한슨을 보러 극장에 간 관객들은 분명히 플로렌스 퓨에게 푹 빠져서 극장을 빠져나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액션신. 전체적으로 여름에 보기에 좋은 시원시원한 영화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액션신이 없다는 건 아쉽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엘리베이터신, <캡틴 마블>에서 각성한 비어스가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까지 날아가서 모든 걸 부숴버리는 신,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미스테리오가 환영을 만들어내자 피터 파커가 여러 번 뒤집히면서 입체적으로 싸우는 신과 같은 시그니처 액션 신은 없었다.

김소미 기자

<아이언맨2>의 첫 등장 이래 11년만의 솔로 무비,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희생한 캐릭터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프리퀄. <블랙 위도우>는 이 오랜 기다림과 의미에 걸맞은 방향키를 영민하게 설정한 뒤 끝까지 순항한다. 나타샤 로마노프의 뿌리로부터 출발하는 이번 영화는 냉전 이후 비밀리에 여성들을 납치, 감금해 스파이로 교육시켜온 러시아 기관 ‘레드룸’의 이면을 파헤친다. 나타샤가 그동안 간과한 수많은 블랙 위도우들의 존재를 알리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단단한 기합을 드러내는데, '너바나'의 락 스피릿에 몸을 싣고 <블랙 위도우>가 MCU에서 보여줄 수 있는 ‘대안적인’ 세계의 확장과 폭발을 예고한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남다른 연민과 투지를 지닌 캐릭터인 블랙 위도우의 특성을 강인한 전사인 동시에 학대의 피해자였던 여성 요원들이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 속에 오롯이 녹여냈다.

코믹북에서는 나타샤 로마노프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알렉세이 쇼스타코프(레드 가디언)를 파더 피규어로 등장시키고, 또다른 블랙 위도우이자 막강한 적수였던 옐리나 벨로바는 애증의 자매 관계로 바뀌었다. 나타샤와 옐리나가 두 명의 유사 아버지를 각각 구제하거나(레드 가디언) 처단하는(드레이코프) 과정에서 부각되는 건 가족의 테마다. 블랙 위도우는 가족으로서 어벤져스가 갖는 의미를 긍정하게 되는 한편 레드룸의 위도우들과 공동체적 연대를 도모하면서 영웅적 여정을 완수한다. 인장이 될 만한 액션 시퀀스의 오리지널리티가 약하다는 게 흠이지만 붉은 머리의 나타샤와 금발의 옐리나가 펼치는 회포의 탐색전 액션신만큼은 남다른 생동감으로 기억될 듯싶다. 할애된 분량의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시스터후드의 묘미를 맛깔나게 살려내는 플로렌스 퓨의 재능에 경탄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빼앗겼던 여성들의 삶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시스터후드라는 초능력에 관한 영화이자, 사라져야 할 음지의 많은 '방'들에 관한 히어로 무비. 탄탄한 만듦새와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 추진력이 더해져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을 한결 통쾌하고 거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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