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타란티노 감독, 아마존 베스트셀러 작가되다
2021-07-01
글 : 김현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첫 소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출간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랐다. 이 소설은 자신의 9번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소설로 옮긴 것이다.

2019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1960년대 할리우드를 뒤흔들었던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 패밀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 살인사건의 가해자인 맨슨 패밀리들이 실제 벌인 일을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인 스타 연기자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스턴트맨 배우이자 릭의 수행 비서 역할도 하는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가 얽히게 된다는, 일종의 타란티노식 평행 현실을 창조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표지

소설은 1960년대 LA를 둘러싼 할리우드의 풍경 등을 상세하게 탐닉하듯 묘사한 영화와 마찬가지로 과거 할리우드에 대한 향수로 가득 차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기본적인 소설의 뼈대는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몇몇 대사는 영화 대사를 그대로 옮겨 놓기도 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과거 범죄 소설의 대부라 불리는 작가 엘모어 레너드의 작품 <럼 펀치>를 각색해 <재키 브라운>을 만든 적 있는데 엘모너 레너드 특유의 대화체가 느껴지는 하드보일드한 대화도 소설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에 바탕을 두고는 있지만 약간의 변주를 가하는 식으로 영화의 확장판 기능을 하기도 한다. 소설의 이야기 순서는 영화의 장면 순서와 거의 같지만 릭이 극중 TV 쇼를 촬영하는 장면은 실제 영화에 등장했던 순서가 아니라 소설 곳곳에 흩어져서 배치되어 있는 식이다. 독자의 시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도 있는 문제적 묘사도 등장한다. 예를 들면 주요 등장인물인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의 뒷이야기, 즉 영화에서는 플래시백 장면으로 잠깐 등장하면서 모호하게 처리됐던 아내를 죽이는 장면이 소설에서는 상세하게 묘사된다.

뉴욕타임즈는 이 책에 대해 “문장이 복잡하지 않으며, 감동을 유발하기 위한 심리학적 통찰 같은 묘사도 없다.”고 말하면서 오직 당대 할리우드를 둘러싼 여러 대중 문화 요소들을 추억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고 평했다. 심지어 이 책은 형태마저도 과거 1970년대에 유행했던 종이책 형태를 띄고 있다.

한편 소설이 주목받자 영화 개봉 당시 논란이 됐던 배우 이소룡에 대한 묘사에 대한 지적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타란티노 감독은 최근 책 출간 홍보를 위해 많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조 로건 익스피어리언스’라는 팟캐스트쇼에 나가 영화 속 이소룡 묘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과격한 단어 표현을 쓰며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타란티노 감독은 이 팟캐스트에서 “이소룡은 실제로 미국 스턴트맨을 현장에서 존중하지 않았다. 그는 스턴트맨들을 진짜로 때리길 원했고 그래서 다들 이소룡과 일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란티노 감독에 따르면 극중 이소룡과 크리프 부스의 싸움에서 의도했던 건 “클리프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남자였고, 이소룡도 눈 앞에서 그는 충분히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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